찌르찌르, 넌 어디서 왔니? - 문화는 직거래 합시다!

찌르찌르, 치르치르 미치르, 넌 어느나라 사람이니?


혜은이의 파란나라, 찌르찌르의 파랑새

동요같기도 하고 가요 같기도 한, "파란나라"는 내가 어렸을 때에 유행했던 노래다.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바로 그 노래! 일단 감상하자!



혜은이 - 파란나라
(정식으로 돈 주고 구입한 것이랍니다 ^^)

노래를 듣다보면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데.. 이런다. "난 찌르찌르의 파랑새를 알아요. 난 안델센도 알고요.. 저 무지개너머 파란나라 있나요.." 그래. "파랑새"를 쓴 사람이 찌르찌르인가? 거참. 이름이 아주 희한하네... 그러고 말았다.

그런데, 파랑새란 소설(동화?)을 읽고나니,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파랑새에 나오는 남매의 이름이 "치르치르, 미치르"였던 것이다. 뭐, 발음이야 조금 다를 수 있겠지. "치루치루 미치루"라고도 부르기도 했으니까 뭐...


▲ 동화 파랑새
그림 출처 : http://book.daum.net/bookdetail/book.do?bookid=KOR9788995285763 


근데, 한참이나 지나서, 텔레비전에서 만화로 '파랑새'를 시리즈로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초기 몇회동안은 '치르치르, 미치르'라고 서로 부르다가, 몇회가 지나고서는 "틸틸, 미틸"로 바뀌었다. 자막으로는 "일본식 발음을 수정한 것"이라고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뭐, 그런거지.


대체 너의 본명은 무엇이냐, 찌르찌르?

언제나 그렇지만. 갑자기 무엇인가가 미치도록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치르치르 미치르의 본명이 무엇일까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파랑새에 대해서 찾아 보았다.

파랑새를 지은이는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다. 프랑스어로 작품 생활을 했으며, 191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분이다. 원이름은.. Count Maurice Polydore Marie Bernard Maeterlinck 라고 위키사전에 나와 있다. (참고링크 : http://ko.wikipedia.org/wiki/%EB%AA%A8%EB%A6%AC%EC%8A%A4_%EB%A7%88%ED%85%8C%EB%A5%BC%EB%A7%81%ED%81%AC)


▲ [파랑새]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
(그림은 wikipedia에 Public Domain으로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도록 공개된 그림.
http://en.wikipedia.org/wiki/Image:Maurice_Maeterlinck.jpg)


영어 wikipedia에 더 자세히 나와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Maeterlinck) 이 분이 쓰신 '파랑새'는 원제목이..L'Oiseau bleu 로 6막으로 이루어진 동화 희극이다. 1908년에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초연되었다고 한다. (http://en.wikipedia.org/wiki/L%27Oiseau_Bleu)

어쨌든, 단서는 잡았다. 이 분이 벨기에 태생이면서 프랑스어로 글을 쓰셨으니, 프랑스식 발음이 원어가 되어야 한다. 이름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Tyltyl Mytyl이다. (Tyl은 성이다. 즉, 아버지 Tyl, 어머니 Tyl 이렇게 이름이 되어 있으니.. )


띨띨(프랑스) -> 틸틸(미국) -> 치루치루(일본) -> 치르치르(한국)

프랑스어를 전공한 분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띨띨뮈띨 정도가 가장 가까운 발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Tyltyl과 Mytyl은 영어식으로 읽으면 "틸틸"과 "미틸"이 된다. 이건 다 안다. 이걸 일본식으로 읽으면, 일본어의 발음체계 안에서 읽히게 되어서 "치루치루 チルチル" "미치루 ミチル"가 된다. 이 일본식 표기를 한국어로 옮기면 "치르치르" "미치르"가 된 것이다. (영어를 거쳤느냐 하는 부분은 발음과 일본어 사이트들의 정보로 유추한 것임)

띨띨과 뮈띨은 프랑스식 발음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참 생소하니 틸틸 미틸 정도로 순화해도 될 것 같다.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에서는 경음표기를 하지 않게 되어 있다. [동남아등 특수 언어 제외] 미국식 발음을 따라 하자는 뜻은 아님을 밝힌다.)하지만, 띨띨과 뮈띨이란 원칙을 지키는 책이 더 널리 나오길 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 발음이 어떻게 표기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 )

(네이버 지식인에도 어느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많았고, 일본인도 치루치루의 본명이 뭐냐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http://oshiete1.goo.ne.jp/qa297440.html )


다음 책 사이트에서 파랑새를 찾아보니...


다음 책(book.daum.net)에서 "파랑새"를 찾아보았다.

[책1]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스어 전공이 아닌 일본,중국어 전공자가 책을 번역했다. [책2]에서는 틸틸 이라고 나오고 있고... [책3] 에서는 프랑스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치르치르"라고 쓰고 있는데, 이것은 출판사의 배려(?)인 듯 하다.

알다시피 근대 문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거의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도 그랬지만, 그 후에도 최근까지 계속 그랬다. 우리가 읽은 동화책은 직역된 것이 아니고, 일본어에서 한 번 걸러진 것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서야 간신히 직역된 동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문화적인 교역을 "일본"을 통해서 간접 무역을 하고 있었단 이야기다. 이제 FTA 체결로 미국과도 자유무역을 하는판국에 문화만큼은 아직도 일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 이게 왜 문제인지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문화는 직거래 하자 - 바흐, 타즈마할..

여기서 띨띨과 뮈띨이 맞고 치르치르 미치르가 틀리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 문화가 다른 문화를 받아 들일때, 그냥 직접 들여와도 될만큼 성숙해 있다는 이야기다. 아랍의 문학을 영어로 옮긴것을 다시 일본어로 옮긴 것을 또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읽는다면, 이미 그 이야기는 원전의 맛을 잃어버린다. 아랍어를 하는 한국인이 아랍의 문학을 한국어로 바로 번역하면 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외국어,외래어를 표기할 때, 가장 원어에 가깝게 하되, 우리말의 발음 체계 안으로 들어오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가장 기본 원칙이다. 또한, 그동안의 관용도 인정해야 하지만, 그 관용적 표현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면 고쳐도 무방하다.

Bach(바흐)의 발음은 우리말로 표현할 길은 없다. "바크흐"라고 하면서 소주 한 잔 먹고서 "캬~"하는 식으로 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어에서는 "バッハ"라고 쓰고 "바하"라고 읽는다. 그걸 우리가 "바하"라고 오랫동안 써왔던 것이다.  "바하"나 "바흐"나 어차피 원어랑은 멀어졌지만, 우리말에는 우리말의 원칙이 있다. 이 발음에 굳이 '아'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바흐"가 된 것이다. "고흐"도 마찬가지 이유다. (표기법의 안정성에 의한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외래에 표기법에 규정되어 있다)

문화는, 직거래하자. 굳이 다른 나라를 통할 이유가 없다.


 (아래는 읽을거리)

   

푸켓이 푸껫이 된 사연

푸껫은 "푸켓, 푸케트"로 많이 알려졌었고,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4년에 지진해일로 큰 피해가 일어나자 혼란을 줄이고자 "푸껫"으로 통일하면서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타이어, 베트남어의 외래의 표기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http://news.media.daum.net/culture/art/200412/29/yonhap/v8035786.html)


그동안 표기법 자체를 만들지 않았고, 영어에 준해서 사용하도록 했던 나라들의 언어도 "직접" 표기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아직도 인도의 20여개 공용어나 그 밖의 다른 언어들에 대해서는 제정을 안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제정하기를 빈다.


타즈마할? 타지마할? Taj Mahal


같은 이유로,  이번에 새롭게 세계 제7대 불가사의로 제정된 인도의 화려한 무덤(이게 궁이라고 아는 분들도 있다) Taj Mahal의 발음도 "타지마할""타즈마할"로 여러가지로 쓰이고 있다. 타지마할이 관용적이라는 이유로 국립국어원에서는 "표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Taj"에서 "지"발음이 들어간 것은 오직 한가지 이유... 일본어에서 그렇게 쓰기 때문이었다. (タ-ジ マハル[타-지 마하루]) 인도어를 하시는 분께 확인한 결과 "따즈마할" 정도가 가장 가깝지만, 세계적으로 "타즈마할" 정도의 발음으로 읽힌다고 한다. 이 부분은 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로 읽힌 이유가 "일본어" 때문이라는 이유라면 글쎄.. 우리의 표기법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닐까?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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