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고 보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연예기사식 보도 행태에 실종자 가족과 친구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안타까운 사고, 잔인한 언론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를 처음 접했을때, 난 덜컥 겁이 났다.

이미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2007.2.14. (http://blog.daum.net/wwwhangulo/2723837)"라는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역시 언론의 보도 태도가 걱정되어서다.

아니나다를까, 언론들은 당시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가서 마이크를 들이밀고,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대체 어떤 대답을 원했을까?

[참고] 캄보디아 관련사고 전체 기사 http://issue.media.daum.net/list/Cambodia/issuelist.do?mn=23548&su=1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그걸 몰라서 묻나?


▶ 관련기사 :  캄보디아 추락사고 대구 조씨 가족 "할 말 없다" [연합뉴스] 2007.6.26
http://news.media.daum.net/foreign/asia/200706/26/yonhap/v17215490.html


(일부발췌)

대구 출신인 조씨의 부모는 이날 오후 자택을 찾은 취재진에게 인터폰을 통해 "(아들 일가족이 탄)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실종 소식을 듣고 조씨 부부의 집을 찾은 친척들은 "아직 정확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으니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조씨 부모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는 언론사 취재진과 친척들이 찾아와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뒤늦게 소식을 접한 일부 친지가 황급히 도착하는 등 무거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H아파트 조씨 가족의 집은 문이 잠겨진 채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응답을 들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갖고 놀던 것으로 보이는 장난감 말과 미끄럼틀이 현관문 앞에 쓸쓸히 놓여 있었고 주차장에는 조씨의 흰색 싼타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집 주인이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라는데 라디오에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내인 윤씨는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는 거동이 불편했는데 남편이 항상 부축하고 다니는 등 금슬이 좋았다"고 말했다.

 

거꾸로 기자에게 묻고싶다. 당신 가족이, 당신 어머니께서 지금 비행기가 추락해서 생사를 모른다고 했을때, 기자들이 찾아와서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나? 친절히 그들을 안으로 데려와 대접하고 지금 심정을 발표해 주겠나?

어림도 없는소리! 아마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밖에서 초인종을 눌러대는 기자들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랬을까?

아무리 특종이 좋기로서니,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서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어떻게든 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서 여기저기 포진한 카메라맨들, 그것을 좋다고 방송하는 뉴스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그것도 국민의 알권리이고 볼권리인가? 대체 형제 자매, 부모가 실종되었는데 기분 좋게 히히덕 거릴 사람이 어딨나? 오열하고 실신하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다. 신문이라면, 그냥 묘사로만 끝내야 할 부분이고, TV뉴스라면.. "그림이 안되더라도" 그냥 앵커의 설명이나 기자의 설명으로 끝내면 안될까?

물론, 장례식의 엄숙한 모습이나 이런 것은 국민 모두가 같이 슬퍼하고 애도한다는 점에서는 괜찮을 것도 같다. 하지만, 영정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실신하는 가족의 모습을 매번 그렇게 찍어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는 것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대체, 이 기자분은 왜 그랬을까?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캄보디아의 공식 발표는 2007년 6월  27일 11시경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리 의료진이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할때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를 유보했다. 실낱같은 희망이 남은 순간이었다. 결국, 오후 4시에 캄보디아 정부가 사망을 통보했음을 밝히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외신들은 이미 12시경에, 우리나라 신문을 통해서 캄보디아 정부의 발표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정부는 좀 더 신중을 기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캄보디아 항공기 탑승객 전원 사망한 듯 [미디어오늘] 2007년 6월 27일 12:05 최초 송고 (기사는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http://news.media.daum.net/society/media/200706/27/mediatoday/v17236924.html


(일부발췌)

한편, 국내 의료진 등이 헬기를 타고 항공기가 추락된 장소로 가는 도중 국내 기자 한명이 함께 탑승한 것으로 밝혀져 다시 회항했다 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생사확인이 더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헬기에서 가만히 보니 기자가 타고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특종이 아무리 좋다지만, 가족들은 조마조마하면서 1분 1초라도 더 빨리 정확한 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데, 기자란 사람이 의사도 아니면서 그 헬기에 탔단 말인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이 사실을 아무도 문제삼지 않기에 내가 고발한다. 어느 신문사의 기자분인지 알고 싶다. 분명히 비난 받을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사진들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어느 신문을 보면
여권을 들고 찍은 사진
, 어느 한 분의 주민등록증을 들고서 사진 찍은것이 있다. 과연 필요한 사진이었을까?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기사 링크를 지웁니다. 조금만 검색하면 언론들의 지나친 사진들이 많이 나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마시고 달을 보시길...)

대체 이 어처구니 없는 사진은 무엇인가? 대체, 가족들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놓겠다는 것인가? 지금 무슨 보물찾기 운동회 하나? 이 사진을 통해서 대체 무엇을 알리고 싶은 것인가? 슬픔? 찾아서 좋겠다? 진짜 죽은게 확실하다? 나는 아무리 해도 모르겠다. 주민증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듯 하지만, 저거 가족들은 다 알게 아닌가? 여권 모습은 더 그렇다. 이것이 사고기가 확실하다는 증거를 저런식으로 밖에 못하나?

그 뿐이 아니다. 굳이 내가 다시 싣지 않지만, 고인들을 수습하는 모습을, 그 처첨한 광경을 약간의 모자이크로 처리해서 마구 쏘아댄 것이 우리네 언론이다. 고인들의 당시 상황을 굳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무엇을 얻을까? CSI 찍을 작정인가? CSI에서도 사실, 사고 현장은 철저히 봉쇄하고 사진을 찍은 후에 가족에게만 공개한다. 그걸 방송에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에 대한 CSI의 에피소드도 있다)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취재하라!

아주 간단할 것 같다. 이게 자신의 일이고, 자신의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서 취재하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위의 내용이 아무렇지도 않은 분들이 있을것이다. 그걸 알아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분들도 과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그런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제 더 이상, 상식과 예의를 넘어선 취재 경쟁은 보고 싶지 않다. 고인들을 욕되게 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 번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6.30

www.hangulo.kr
http://blog.daum.net/wwwhangulo


* 중간에 기사를 고쳤습니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이 읽는 글에 맞는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서 수정한 부분입니다. 아울러, 지적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원래 제 글은 통쾌한 한 방 (비꼼!)이 재밌는데.. 앞으로는 그런 표현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 2007.7.1 한글로.


[뱀다리] 글 읽고서 시간 있으시면, 친구, 술 한잔 할까? 점자 있는걸로 란 글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88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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