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오보 반성문을 쓰다

블로거뉴스의 묘미를 일반 신문에서 보다니! 신선한 충격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렇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컴퓨터도 실수하는 마당에 뭐 당연한 이야기다. 따라서 기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한다. 특히, 특종을 노리는 기자일수록 실수, 즉 '잘못된 보도(오보)'의 확률이 높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털의 뉴스 사이트에서 자신의 오보를 인정하는 기사는 보기 힘들다. 대부분, 오보인것 같으면 슬그머니 내리기마련이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게, 이미 오보인 것을 안 시점에서는 메인에서 내려가서 사람들이 클릭하지도 않는다.


블로거뉴스의 묘미? - 소통

굳이 내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블로거뉴스에는 사실이 아니거나 착각하거나, 잘못된 내용이 눈에 뜨인다. 맞춤법부터 시작해서 편집하다가 뭉텅이로 글이 사라지거나, 착각으로 말미암아 잘못 쓴 글도 많다.

블로거뉴스는 일반 뉴스와 다르게, '글을 쓴 사람과 댓글을 다는 사람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댓글을 보면서 답변을 달기도 하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명백히 잘못한 일이면 사과의 글을 다시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더 좋은 '뉴스' 더 좋은 '내용'으로 서서히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나면, 글을 쓸 때 더욱 신중해지고, 앞으로는 한 번 더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신문기자의 실수

다음, 네이버 등에 스포츠 기사로 게재된 심재희 기자의 뉴스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심재희의 패스미스] 한국 심판의 실수에 날아간 우즈벡의 꿈 [스포츠서울] 2007.7.23

http://sports.media.daum.net/nms/soccer/news/general/view.do?cate=23758&newsid=116193


(일부발췌)

우즈벡이 오름세를 보이던 전반 28분. 문제의 장면이 터져나왔다. 세르베르 제페로프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사우디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내자 '우즈벡의 셰브첸코' 샤츠키흐가 골냄새를 맡고 돌진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사우디 골키퍼와 수비수들은 망연자실하며 실점의 순간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내 사우디와 우즈벡 선수들의 표정은 뒤바꼈다. 오프사이드 선언. 부심이 기를 들어 오프사이드를 표시했고, 권종철 주심이 우즈베키스탄의 골을 무효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차례 화면을 통해 보여진 느린 그림에는 오프사이드의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중략)

바로 심판들의 결정적인 실수가 명승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물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수는 깨끗하게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한국 심판의 결정적인 실수에 우즈벡의 꿈이 날아갔다.


▲ 스포츠서울 홈페이지에 실린 문제의 기사

즉, 한국 심판이 잘못된 오프사이드의 주범인 것으로 썼다. (아마도 이 기사는 약간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부심도 한국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한국인의 오심을 문제삼았으리라 추측된다.)

어쨌든, 이 기사에 대해서는 온갖 비난이 빗발치게 된다.

가장먼저, 한국 심판에 대한 욕설이 난무했다. 우즈벡에 사과하라는 소리와 더불어...안에서 새는 바가지.. 등등... (굳이 옮겨싣지는 않겠다. 위의 링크에서 보시길)

그리고 선심이 한국인이 아니라 싱가폴인이라는 댓글까지..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판단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오전 10시경 올라온 이 기사는 13시 20분에 최종 수정되었고, 내가 보던 시점에는 아래와 같은 반성문(?) 혹은 기사 정정문이 올라와 있었다. (마치 기사꼭지의 제목처럼 패스미스를 한 셈이다)


기자의 오보 반성문



▲ 심재희 기자의 반성문 캡처 화면 (미디어다음)


 

스포츠서울닷컴 심재희기자입니다. 일단 잘못된 기사 내용에 대해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애초에 부심 역시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기사 작성 이전에 AFC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우즈벡 감독 역시 한국 주심과 부심의 오심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섣부른 추측을 했습니다. (Inileyev refused to point the finger at referee Kwon Jung-chul or his assistant Jeong Hae-sang after they ruled out what appeared to be an equaliser for Shatskikh. " Today the god of football was not with us, " he said. " After the game I never blame referees who make mistakes and today we were simply not lucky. " - 이닐리예프는 권종철 주심에 혹은 보조심인 정해성 심판 때문에 샤흐스히에게서 터진 동점골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 오늘 축구의 신은 우리편이 아니였다. " 이어 " 게임 후 실수를 한 심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간단히 오늘은 운이 없었다. " 라며 운이 없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 심판은 싱가폴인이었습니다. 그날 경기에 1부심이 한국인, 2부심이 싱가폴인이었습니다. 위치상으로 볼 때 싱가폴 심판이 오프사이드 기를 올린 게 맞습니다. 명백한 실수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에도 문제는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선심의 의견을 존중한 것이자만, 결론적으로 최종판단을 내린 주심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잘못된 부분을 기사화한 점 사과드리면서, 본의 아니게 오해받으신 정해상 부심께도 사과을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실수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심재희 드림.

 

약간의 변명(?)이 섞였지만, 나로서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명백히 잘못된 기사에도 일언반구 말이 없던 기자가, 직접 기사의 끝에 저렇게 반성문(?)을 달다니! 혹시나 해서 네이버와 스포츠서울의 원본 기사도 살펴보았다. 역시, 반성문이 달려 있었다.



실수를 인정하는 기자, 멋있다!

지금 보더라도, 제목도 너무 자극적이고 경기의 모든 책임을 심판에게만 돌리려는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그대로 인정하고, 기사를 내리거나 삭제하는 방법이 아닌, 반성문(!) 형식으로 사실을 밝힌 것은, 내가 보기에는 사건 중의 사건이다.

물론, 나중에 "고칩니다" 라는 식으로 신문 구석에 조그맣게 나오거나, 포털의 구석에 조그만 기사가 실리기도 하지만, 그거 누가 보긴하나? 언론의 자극적인 "아님말고" 공세에 상처 입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나?

어쨌든,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 그리고 기사 뒤에 덧글기사로 그 사실을 알리는 모습. 마치 블로거뉴스에서만 나던 "사람 냄새"가 전문 기자들에게서도 나는 것 같아서 흐믓하다. 앞으로 많은 기자들이 이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물론, 실수를 안하도록 더욱 주의하시길.. ^^)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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