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트럭도 사라지게한 블로거 환경기행
블로거 환경기행에
시멘트 회사들의 대응은
'폐기물 운반 중단, 공장 가동 줄이기,
사진 못찍게 하기'




폐기물 재활용 시멘트의 현장을 가다

시멘트는 석회석, 점토, 철광석, 규석 등의 원료를 잘게 부수어, 145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그후에 잘게 부수고 석고를 첨가하면 완제품 시멘트가 된다. 시멘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것이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폐기물 재활용"이란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즉, 모든 자연물에서 얻던 재료들을 대체하고, 기존에 석탄등의 화석연료 대신에 폐기물들을 넣는다.

원료에는 슬래그(제철소에서 발생)라든지, 상하수도의 슬러지(sludge;오니汚泥 - 하수도의 침전찌꺼기) 등을 첨가하게 된다. 그리고 연료는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농촌폐비닐 등을 대신 넣고 태운다. 그리고, 석고대신에 폐부동액을 넣는다. (관련자료 링크)

문제는, 이러한 연료가 아래서 불을 때는 것이 아니고, 시멘트의 원료와 같이 모두 같이 넣고 태우면서 재료와 함께 탄다는데 있다. 타고남은 모든 것이 다 시멘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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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제조 원리 개념도
(실제로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고, 예열과정과 긴 원통형의 "소성로"를 거치게 된다.
자세한 제조 과정은
http://blog.daum.net/cbs5012/3652304 를 참조하기 바람)


물론, 시멘트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모든 폐기물은 다 타서 없어지고, 워낙 고온이라 각종 유독물질은 다 사라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어설프게 태우는 웬만한 소각 방식보다, 엄청난 고온에서 연소시키는 시멘트 공장이야말로, 많은 폐기물을 처리해주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에대한 공방은 워낙 많은데, 최근 "육가크롬" 이외에는 전혀 중금속이 안나온다는 업계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서 환경부가 전면 재조사에 들어가는 일도 생겼다. 특히, 서울시도 따로 조사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환경부 관련기사, 서울시 관련기사)

이런 상황에서, 직접 시멘트 공장과 주변 마을을 방문해서, 시멘트 산업이 과연 환경을 살리는지 해치는지를 알아보자는 "블로거 환경기행"이 지난 11월 10일과 11일 1박2일로 있었다. 물론,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1년 이상 홀로 파헤치신 "블로거 최병성님(http://blog.daum.net/cbs5012)" 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블로거 환경기행 관련 글]


깨끗해진 고속도로 - 폐타이어 실은 트럭이 한 대 밖에 없네

하지만, 출발부터 이 기행은 삐걱댔다.

분명히, 고속도로에는 "폐타이어 등"을 실은, 시멘트 공장으로 가는 트럭들이 즐비하다고 들었습니다만.. 트럭은 단 한 대뿐이었다. 이미 시멘트 회사들이 우리들이 간다는 것을 알고서 반입을 철저히 줄였다는 소식이었다.

난 믿기 힘들었다.. 겨우 우리 몇십명 간다고 그 중요한 시멘트 제조에 타격을 입을 일을 시멘트 회사들이 업무에 지장을 입을 일을 할리가 있나? 절대 못믿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런 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다 지쳐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차들만 찍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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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와 아무 상관없는 나들이 차들.. 대체 폐타이어 트럭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주민들의 환대? 주민들의 항의!

첫번째 답사지에 도착하니, 이미 예정시간보다 많이 늦어있었다. 약 1시간 이상 늦었다. 시멘트 공장의 주변 마을이었는데, 아래의 사진을 하나 찍고 나니 어디선가 한 두분씩 마을 주민분들이 나오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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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 장 찍었을 뿐인데...

마을분들은 아주 거칠게 항의하셨다. 그래도, 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같으신 분들이라 큰 충돌은 없었다. "당신들 뭐하는 사람인데 여기에 와서 사진찍냐?"는 식의 항의였다. "해준게 뭐있다고 이러느냐.." 뭐 이런 정도...

"저희가 온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란 질문에 "1시 30분에 온다고 들었다"고 순순히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의 말에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이 분들은 인터넷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인데, 그러면 누군가 인터넷에 있는 일정을 보고, 이동시간까지 계산해서 알려드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시간 이상 늦어지면서, 오랫동안 피로하게 기다리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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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이상 우리에게 항의하기 위해 기다리신 마을 주민분들
(가을 분위기도 살리고, 초상권도 지켜드리기 위해서 낙엽으로 모자이크를...했음)

그런데, 반전은 곧 일어났다. 어디선가 큰 목소리와 함께, 좀 젊으신 분들이 엄청난 포스를 풍기시면서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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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그냥 삿대질 정도만 하시면서 큰 소리만 지르시던 어르신들과 달리, 나는 이 분들의 몇몇 욕설을 듣고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 주민 분이신것 같은데, 갑자기 차를 타고 나타나신 이 분들 덕분에, 곧 사태는 아래의 사진처럼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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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과 함께 멱살을 잡으시며 분위기를 순식간에 압도하셨다. 난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이 모든 장면들은 모두 캠코더에 담긴 했지만, 굳이 공개하지 않겠다.

마을의 문제는 모두 자신들에게 맡겨두지, 왜 외부에서 와서 난리를 피우냐는 것이었다. 분진이 뽀얗게 앉은 충격적인 돌담에는 아래와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정말 깨끗한 현수막이었다. 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잘 붙어 있지도 않길래, 튼튼하게 다시 달아드리고 사진을 찍었다. 마을분들이 돈을 모아서 제작하셨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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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분진이 켜켜히 쌓여 있는 돌담에 붙여진 현수막. 새것이었다.
우리때문에 괜한 돈을 낭비하신게 아닌가 해서, 죄송했다.

결국, 온갖 욕설과 협박성 발언에 못이겨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탈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온 것은 오직 직접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을 우리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지, 지역 주민분들에게 누를 끼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차에 오르셔서 "필름 내놓아라"고 큰 소리를 치시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차에 오르고 나서야 목이 컬컬하고, 묘한 냄새가 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오늘은 시멘트 공장을 거의 가동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아니, 안믿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목이 아픈가? 나는 소동에 참여하지도 않고, 몇마디 말도 안했는데...


시멘트 공장마다 다른 환대

그런데, 모든 시멘트 공장에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공장은 그냥 경비원 분만이 오셔서 저지 하신 것 정도였다. 하긴, 첫번째 간곳은 시멘트 공장도 아니었으니 비교대상은 아니었다. 그냥 멀리서 시멘트 공장을 직접 보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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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회사는 이렇게 찍어도 아무 항의가 없었다


물론, 내리자마자 직원과 몇몇 마을 분들이 오셔서, 촬영 자체를 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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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과 동시에 우르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내서 우리를 막느라 애써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사진찍는 것을 막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겨우 사진 한 장 찍는 것 뿐인데... 모든 주민들의 생각이 그러하지는 않다는 것은, 우리에게 피해 상황을 잘 설명해주신 이장님들의 태도에서 알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 - 시멘트 공장이 거의 멈춘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곳곳에서 들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분이나, 그곳에 사시는 이장님들은 "오늘은 이상하게 냄새도 안나고 소리도 안나네.."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폐기물 등의 트럭도 전혀 이동이 없다시피 했다.

정말이었다.

블로거 환경기행 덕분에, 강원도 지역의 많은 시멘트 공장들이 멈춘것이나 다름 없이 운영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시멘트 공장 주변에 가도 그렇게 많은 악취도 못맡았고, 분진이 아주 심한 것을 구경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색의 재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가져왔을, 시멘트 회사들의 환대 덕분에, 블로거 환경기행에서는 "그럴싸한 사진"은 별로 얻지 못했다. 한마디로 실패나 다름없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무리하게 공장을 멈추어가면서 우리들에게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 것일가? 그 답은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여러분은 알리라 생각된다.


시멘트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쓰레기 시멘트 금지'운동은 시멘트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30년 이상 그래왔던 것처럼 '쓰레기'를 쓰지 않고 만들든지, 쓰레기를 쓰더라도 좀 줄이고 (일본에서 쓰레기를 사오는 일은 제발..) 환경오염이나 중금속의 위험이 없도록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즉,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깨끗한 시멘트 만든다고 망하지 않는다.)

현재는 이렇다할 규제도 없는데, 그런 규제를 만들라고 하니 여태까지 "무식한 것들이! 없다는데!"라는 식으로 무시해 왔던 것 아니었나. 그러다가 최근에서야 그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하자, 재조사니 뭐니 해서 부산한 것이 아닌가.

웰빙 시멘트, 무공해 시멘트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 주민도 좋아지고, 건설 현장 근로자들도 좋아지고, 시멘트 건물에서 사는 우리들도 좋아지는 것이다. 그뿐인가. 이러한 '무공해 시멘트'가 입증되면, 전세계로 시멘트 업계가 뻗어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원가 줄이자고 무조건 공해물질을 넣는 것은, 한치앞도 못보는 세태다.



아름다운 우리땅

비록, 시멘트 공장의 폐해를 보러 간 기행이었지만, 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온 것 같다. 시멘트 회사가 조금만 신경쓰면, 오히려 블로거들을 초청해서 당당히 시멘트를 만드는 공정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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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이 초절정.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움
한쪽 벤치에는 블로거가, 한쪽 벤치에는 시멘트 회사 분들이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는 날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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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채취로 황폐화 된 산의 모습을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올랐다가...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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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서강의 "한반도 지형" - 한반도의 모습을 빼닮은 산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내려고 했다고 하니... 아이고..)


첫번째 기행을 마치며...

이번 글은 전체적인 스케치에 지나지 않는다. 폐기물 재활용 시멘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글들을 통해서 국민 모두에게 알리도록 하겠다. (최병성님 혼자서 하던 일을 이제는 많은 블로거가 같이 할 것이다.)

그리고, 단언하건데 미리 알리지 않고, 이번에 갔던 곳을 다시 가보도록 하겠다. 나 혼자서 가든, 몇몇 블로거가 힘을 합하든간에 말이다. 우리가 간다고 일부러 조업을 중단하는 그런 피해는 앞으로 입히지 않겠다.

우리가 갔을 때만 눈을 가리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끈질긴 끝장취재"에 단련이 된 블로거들 아닌가.

1박 2일동안 고된 일정에도 웃음을 잃지않고 안내해주신 최병성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함께한 블로거들과 환경단체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현지에서 안내해 주신 주민 여러분, 지역 단체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에서 우리를 쫓아내기 위해서 휴일 시간을 쪼개어 오신 마을 분들과 직원분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 다시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지만, 그때는 그냥 소주 한잔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멘트는 안전해야 한다. 너무나 간단한 진리다. 우리는 이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것일 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 www.hangulo.kr
200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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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한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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