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보도블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보도블록도 있다


▲ 보도블록 교체를 위해 새로운 보도블록을 쌓아놓은 모습 (최근)


연말연시, 보도블록 교체 대작전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들의 도로는 온통 몸살을 앓는다. 눈이 많이와서? 천만의 말씀이다. 바로 "남는 예산 써버리기 위한 보도블록 교체 대작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도로는 거의 매년 멋지게 새로운 보도블록으로 교체된다. 그래서 아주 살기좋은 도시가 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후미진 구석의 보도블록은 깨지고 파이고 해도, 10년이 지나도 안바꿔준다는 것이다. 잘 보이는 곳. 사람들이 "우와~!" 할 만한 곳만 자주 바꾼다.


보도블록 교체에 제동을 걸어라? 비웃는 지차제?

그래서, 정부는 10년이 지나지 않은 보도블록을 이유없이 뜯어내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신문을 통해서 보도되었다.


“보도블록 교체 10년돼야 허용” 2007년 5월 10일 서울신문

(일부발췌)


건설교통부는 9일 보도블록 교체 주기를 10년으로 하는 내용으로 ‘보도 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했다. 이 내용을 지자체에 통보,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보도의 포장 상태가 매우 나빠 미관을 해치거나, 노약자가 통행에 불편을 느낄 경우 도로법에 근거한 ‘보도관리심의회’의 승인을 받아 10년 전이라도 보도블록을 교체할 수 있다.

즉, 내구 연한이 10년정도 되는 보도블럭을 "예산 털어내기"의 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그것을 무서워 했을까?

아래의 기사가 진실을 말해준다.


 '예산 남아도나?' 일주일도 안된 보도블록 다시 뜯어내  2007년 6월 5일  [노컷뉴스]
(일부발췌)

부산 중구청은 최근 광복로 시범가로 조성공사를 위해 부산 광복로 일대 거리에서 기존의 보도블럭을 뜯어내 화강석 판석으로 교체포장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복로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광복로 모 식당 앞 보도블럭 10여 미터는 철거되기 불과 일주일 전 부산시 건설본부가 하수관거 공사를 마치고 새로 시공한 보도블럭인 것으로 드러나 중복 공사에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연, 보도블록만 그럴까? - 사이버 보도블록은 없나?

일반인들은 공무원이나 산하 단체들이 "보도블록"을 바꾸는 것만 접할 수 있으므로, 엄청난 무공의 "예산 소진 기법"을 잘 모른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최근 어떤 기관의 여러가지 서류를 검토하던 중에 발견한 것이 있어서 소개를 해볼까 한다. 그냥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사건이 이상하다.

"어느 기관"의 2006년도 사업 계획서를 먼저 살펴보자.


▲ 어느 기관의 2006년도 홍보 관련 사업 계획
이 기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몇 단어는 지웠음.
이는 이 기관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며
권리침해 신고를 해서 이 글이 30일간 임시 삭제되는 것을 막기위함임
(이미 글 하나는 삭제되어 있음)


쉽게 이야기하면, 홍보캠페인에 5천만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쓰겠다고 하면서 "인터넷"도 있다. (홍보에 대한 총 예산은 3억2천5백만원이다)

2006년 예산에 대한 국회의 예비심사검토보고서(보건복지부 소관)에는 이 기관에 대한 지적사항이 나와 있고, 예산이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는...

⑤ 예방 및 홍보사업비 2억 2,200만원


이렇게 나와 있다. 홍보 사업비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나와 있는데..


▲ 이 기관의 홍보사업비에 대한 국회 자료


국회는 "공무원 연찬회"라는 명목으로 1천여만원이 나간 것에 대해서 잘못 집행했음을 지적하기 위해서 이 도표를 사용했다. 총 1억7천6백만원 정도가 할당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온라인 홍보" 3900만원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 그리고 "다음"이라고 되어 있었다. "Daum"에 홍보를 했다는 이야기겠지... 가만.. 그런데.. 다음의 열렬한 사용자인 내가.. 본 기억이..?

그래서 이 기관의 "연간 사업 보고서 (Annual Report)"를 읽어보았다. (open.go.kr 을 통해서 공개받았음)

그곳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 포탈사이트 다음(Daum) 홍보 : 12월 2주간


앗. 12월? 2주간? 거기에 4천만원?

그래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기관에 직접 문의했는데,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었다.


질문 1) 온라인 홍보에 3900만원을 집행하셨는데, 비고에 보면 "다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음에서 어떤 행사를 하셔서 3900만원을 집행하셨습니까?
답변) 사업 및 법률 홍보를 위해 다음사이트 메인과 인터넷뉴스란, 블로그란에 배너홍보를 시행함


- 2007년 7월 26일 기관의 답변 메일


사이버 홍보 실적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다음" 하나 밖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란에 적힌 사이트는 거의 군소 사이트 들 뿐이었다. 그곳은 모두 무료로 달아주었다.)

자, 여기서 문제를 제기했다.


1. 왜? 12월에 1회만 했는가?

2. 왜? 다음에만 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다음에만 한 이유"를 먼저 물어보았다. (경험상 두개 이상을 질문하면 너무 성의없이 답변이 오거나 혹은 안온다) 그랬더니... 역시나...


질문하신내용은저희기관의예산및운영상황을고려하여진행하는내용임을알려드리며,이미저희기관의2006년도사업보고서를받아보셨으니,전체적인운영상황은사업보고서내용을참조하시기바랍니다.
깊은관심에감사드립니다.

(기관의 게시판에 답변된 내용을 그대로 올린다. 신기하게도 띄어쓰기가 안되고 있었다.)


그렇다. 그냥 사업보고서 받아봤으니 읽어보라는 이야기다. 근데, 그곳에는 위의 이유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거 참..

그래서 나름대로 분석을 시도하기로 한다. (대답을 안해줘서 혼자 놀기의 진수가 되어 버렸다. 상급기관에서도 안해주고, 해당기관에서도 안해주면, 누구한테 대답을 들어야 하나?)


1. 왜? 12월에 1회만 했는가?

(나쁜시선) 아차차.. 홍보비가 너무 많이 남았다. 그런데, 남아도 보통 남은게 아니다. 5천만원 쓰겠다고 했는데, 4천만원이나 남았다. 큰일이다... 이거야 원... 그래. 화끈하게 가자. 다음 메인하고 몇군데 배너 달면 4천만원은 돈도 아니다. 그냥 가는거야!

(착한시선) 12월은 뜻깊은 달이다. 크리스마스도 있고 연말연시도 있으니 가족의 외출도 잦다. 그러니, 각성이 필요할때다. 그리고 어차피 적은 돈이므로 한번에 크게 가는게 가늘고 길게 가는 것보다는 낫다. 참.. 12월은 우리기관이 생기게 된 법률이 제정된 달이다. 그걸 기념해야지!

(나쁜시선) 그래? 그러면, 1월부터 11월에는 애들은 하나도 안잃어 버리나? 그리고, 5천만원을 책정해놓고 한큐에 날린다? 그러려면 뭐하러 계획은 세우고, 거기에 "연중"이라고 하나? 배너하나 퍼가는데도 무슨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신청하게 하는 등, 네티즌에게는 가장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서, 포털에는 돈을 팍팍 주고 배너 단다? 이거 심하지 않나?

그러느니, 돈을 배분해서 검색 키워드 광고에 조금 넣는게 넣지 않을까? 배너 광고는 다음측에 공익성으로 협조해도 해줄 수도 있다.

솔직히, 이거 사이버 보도블럭 아닌가?


2. 왜? 다음(Daum)에만 했는가?


(나쁜시선)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 현재 인터넷 광고시장 1위는? 네이버다. 네이버:다음이 7:2 정도? 혹은 그보다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 즉, 인터넷 광고를 고려하는 사기업도 네이버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다음"에만 광고를 하고 네이버에는 한 번도 광고를 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네이버는 너무 비싸서?

(착한시선) 네이버는 너무 비싸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거기에 해피빈 등에서 충분히 광고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쁜시선) 과연 그럴까? 오히려 인터넷 광고에 대한 마인드가 없어서는 아닌가? 최근에도 보니, 인터넷 전문가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네이버 검색에도 ** 라고만 치면 (일반적인 국민들이 아는 단어) 기관 주소 찾기도 힘들다.


그 밖의 사이버 보도블록은 많다

상식적으로 5천만원의 예산중에서 4천만원이 한꺼번에 12월에만 집중되는 것은, 누가봐도 명백한 "사이버 보도블록 깔기"일 것이다. 굳이 12월에 하겠다고 계획을 했더라면, 처음부터 사업계획서에 명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굵직한 배너광고에 몇천만원을 그냥 날리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산 편성상에 문제가 많은것 아닐까?

사실, 이것은 한 예일 뿐이다. 연말에 집중적으로 설비가 바뀌거나, 각종 의자나 책상 교체, 각종 서버와 정품 프로그램 구입이 늘어나는 것은, 웬만한 "위탁 운영 기업"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위탁 운영 기업은 연말에만 결산서를 내면 되고, 그게 효율적으로 쓰여졌나를 그렇게 꼼꼼히 보는 공무원은 없기에.. (그저 다 썼나, 제 항목에 썼나만 본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다들 쉬쉬하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다.


왜, 예산을 다 써야만 훌륭한 기관인가?

예산을 다 쓰는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이번에 예산을 덜쓰면 다음해의 예산이 그만큼 깎여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는 "남는 예산"을 "잘 아꼈다"고 하지 않고, "니들 돈 조금 필요한데, 많이 달라고 했네? 안되겠네?" 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도블록이든 뭐든 일단 다 써서, 모두 잔액을 0으로 만드는데 힘쓴다.

그리고, 그 일은 정부가 생긴 이후로 계속되어 왔다. 예산을 받는 곳이 정부기관만 있는 줄 아는가? 그 산하단체, 각종 위탁 기관, 연구기관 등등... 이 모든 곳이 "예산을 모두 다 쓰는 데는" 도가 튼 사람들이다. 사실, 마이너스가 아니고 0으로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데... 이 분들은 대단하시다!

문제는 이거다. 예산을 100원으로 책정해서 쓰는데, 아주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90원만 쓰게 했다면, 10원은 국고에 돌려주면서 "나 이래서 예산 절감했소이다~" 라고 하면 칭찬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그리고, 이번에는 절감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내년에는 150원 줘보쇼. 내가 더 남겨볼게.. 라고 하면 내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물론, 이게 현실적인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예산을 모두 다 쓴 기관만 고개를 쓰다듬어주는 관행 덕분에, 지금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보도블록은 뜯겨나가고 있는것이다.

정부는 각성하기 바란다. 국민의 눈과 귀는 항상 열려있다. 아무리 작은 기관일지라도, 10원하나 헛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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