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안전 위협하는
길거리 오락기들

현행 법규 위반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전무
위법 사항을 떠나 위험한 환경을 개선해달라


오락실은 살아있다?

어린시절, 제비우스와 갤러그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 바로 오락실이다. 이제는 '오락실'이란 단어 자체가 아주 구세대적인 표기가 되었고, 이제 앉아서 전투기 조정하는 것보다 몸으로 뛰고, 손으로 때리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최첨단 오락기기가 가득차 있다.

하지만, 동네에서는 이런 오락실(게임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한때 "바다이야기"의 호황 덕분에 곳곳에 오락실을 보았긴 했다.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려면 의무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오락실을 일정 비율 운영하는 법규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이었다.) 이제 바다 이야기는 머언먼 '딴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오락실은 주택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락실은 살아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 근처 뿐만 아니라 주택가 깊숙히, "미니 오락기"라는 이름의 작은 오락기들이 문구점 앞에, 구멍가게 앞에 일렬 횡대로 늘어서서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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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오락기 앞에 서있는 어린이들



오락기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나도 오락실에서 용돈을 꽤나 날린 축에 속한다. 나는 전자오락 자체가 나쁘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하긴, 이런 변명은 "프로게이머"가 어엿한 직업으로 추앙받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된다. 또한, 나이에 걸맞는 오락을 해야 한다. 내가 어렸을때는 한 판을 깰때마다 점점 요염한 몸을 드러내는 미소녀 덕분에 얼굴을 붉히면서 끊임없이 돈을 털어넣었던 기억도 있다. 모두 잘못된 어른들의 부끄러운 짓이리라.

오락실은 관련 법으로 인해 많은 것이 규제된다. 청소년 출입시간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규정들이 있다. (물론, 지키는 사람만 지키고 안지키는 사람은 안지킨다. 단속의 손길은.. 글쎄.. 과연 단속이 잘 되었다면, 바다이야기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까?)

그런데, 거의 미니 오락실이라 불릴만한 이 자그마한 곳에는 과연 관계 법령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규제를 받고 있을까?


법은 있으되, 아무도 지키지 않아

이에 대해서,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에 질의를 했다. 물론 참여마당 신문고(www.epeople.go.kr) 을 통해서였다.

문화관광부 문화산업본부 문화산업진흥단 게임산업팀  (2007.9.28 답변)
 
 
1.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참여마당신문고에 제기하신 내용이 문화관광부로 이첩되었기에 다음과 같이 회신합니다.

2.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6호 및 동 법 시행령 제2조에서는 동 법 규정에 의한 영업 외의 영업을 하면서 고객의 유치 또는 광고 등을 목적으로 당해 영업소의 고객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로서 "전체이용가 게임물을 1개의 영업소당 2대 이하로 당해 영업소 건물 내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3. 이를 위반하여 이용에 제공하는 때에는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은 해당 게임물을 수거하거나 폐기 또는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라며, 기타 궁금한 사항은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02-3704-9365)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영업소 건물 내에? 그것도 두 대만?

하지만, 우리 동네에 즐비한 그 오락기들은 밖에, 그것도 세대 이상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무슨 소린가?

그러면, 이는 모두 "법규 위반"에 속한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시나 구청에서 분명히 이 게임물들을 수거해 가거나 할 수 있다는 소리인데... 한 번도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 벌써 몇년째인것을 보면, 시나 구청의 공무원께서 무척이나 바쁘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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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밖에, 세 대 이상 설치했으므로 이미 위법이다





사행성 오락기를 비롯, 많은 지적이 있었던 미니 오락기

온 나라가 '바다이야기'로 떠들썩 할 즈음에도 많은 신문들이 지적했던 것이 "미니 오락기" 였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이곳에도 사행성 "빠친코"를 본딴 미니 오락기가 수두룩했던 것이다. 그때 관련 기사를 읽어보자.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21/164118.html
문구점에 드리워진 ‘세가지 공포’ [한겨레] 2006.10.13

(일부발췌)
2002년부터 미니 오락기의 경우 3대 이상을 운영하려면 음비법(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기초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2대 이하는 게임장이 아닌 일반 업소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2대 이하는 싱글로케이션 제도(Single Location)라는 법으로 보장된 셈이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대부분 2대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법규를 자세히 보면 건물 내에 설치해야 하며 화면이 길가 쪽을 바라보게 설치하면 위법이라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업소는 거의 없다. 주택가 깊숙한 쪽에 자리 잡은 문구점은 2대 이상 설치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법률을 살펴보자. 위에서 말한 "음비법"에서 게임 부분은 독립하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2006년 10월 27일에 독립되었다. 그에 따른 시행령을 살펴보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원문링크]
[일부개정 2007.5.16 대통령령 제20058호]
중에서

제2조(게임제공업에서 제외되는 게임물제공의 범위) 법 제2조제6호 다목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종류 및 방법 등에 의하여 게임물을 제공하는 경우"라 함은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게임물을 제공하는 경우를 말한다. <개정 2007.5.16>
1. 전체이용가 게임물만을 제공할 것
2. 1개의 영업소당 2대 이하의 게임물을 설치할 것
3. 게임물을 당해 영업소 건물 내에 설치할 것

이 내용은 참여마당 신문고에서 말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내년부터는 학교 근처 미니 게임기는 모두 금지? 한심한 탁상공론

얼마전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자.

http://news.media.daum.net/society/region/200708/08/yonhap/v17711912.html

초등학교 앞 `미니게임기' 설치 못한다 [연합뉴스] 2007.8.8

교육부는 8일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 안의 미니게임기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을 최근 공포하고 내년 8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 법률은 학교 출입문에서 200m 이내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정의하는 제6조에 초등학교 앞 문구점, 완구점 등의 미니게임기 설치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학교보건법"을 살펴보면...

학교보건법 [원문링크]
[일부개정 2007.8.3 법률 제8578호 시행일 2008.8.4]

제6조(정화구역안에서의 금지행위 등)
①누구든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안에서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 및 시설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역안에서는 제2호, 제2호의2, 제4호, 제8호, 제10호 부터 제13호의4까지 및 제15호에 규정한 행위 및 시설중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은 제외한다.

13의3.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6호다목에 따라 제공되는 게임물 시설(「고등교육법」 제2조 각 호에 따른 학교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의 경우를 제외한다)

위의 법률 "제2조 제6호 다목"이 바로, 미니게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을 말하는 것이니, 학교 출입문 200미터 안에서는 미니게임기가 금지된다. 단... 내년 8월4일부터다.

하지만, 언제는 법이 없어서 금지 못시켰나? 이미, 학교 앞 미니 게임기는 위법이다. 또한, 이미 미니 게임기는 주택가 깊숙히 들어와 있는데, 이런 법조항이 무슨 소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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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뒤는 차가 다니는 길!


위법보다는 "안전"에 주목하라. 아이들이 위험하다!


주택가에 즐비한 미니 오락기는 보통 출입문 옆에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주택가는 인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으므로, 바로 아이들의 등뒤가 차도나 다름없다. 혹은, 주차장이 되기도 한다.

즉, 오락에 열중인 아이가 갑자기 뒤돌아서 나갈경우,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며, 아이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누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차가 다니는 차도에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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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하는 바로 뒤가 차도나 다름없는 '차도,인도 겸용 도로' 아이들은 위험하다!


두 대니 세 대니 하는 탁상공론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에 따른 과태료를 납부하니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끔찍한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밤 늦은 시간에 충분한 조명이 확보되지 않은 길가에서 오락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 아이들은 정말이지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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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가 주차장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차가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니까




위험요소만이라도 없애자

위험 요소를 없애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밖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되, 도로를 충분히 가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한다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도로에 접한 업소는 될 수 있으면 설치를 안하는 방면으로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기 설치 업체를 잘 관리하면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설치후에 위반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나와서 눈가리고 아웅할 필요가 없다. 설치하는 순간에 잘 관리 감독하면 된다. 시청이나 구청의 방침이 "신고가 들어오면 와서 좀 본다.." 는 식이라고 하니.. (위의 신문기사 내용 참조)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도 허공에 던지는 허무한 외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당신의 딸, 당신의 아들, 손자 손녀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다시 말하거니와 내 주장은 "미니 오락기"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미니 오락기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으니, "안전"이라도 중점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것이다. (악플 다실때 좀 참고하시길~^^)

제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 우리의 아이들이 다 자랐을 때는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 학교가 끝날 무렵에 가장 붐비는 길거리 오락실 (동영상)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10.2
www.hangul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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