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보도,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자살 소식, 신이 난 언론, 그리고 누리꾼(네티즌)

최근에만 벌써 두 명의 연예인이 자살을 했다.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들의 죽음이었기에 더욱 놀랍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언론들은 자살 소식을 마치 스포츠 중계라도 하듯이 앞다투어서 내놓았다. 두 번 모두 비슷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고, 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미니홈피에 남긴 글은 최근에 어땠는지.. 이런 기사를 내보내고 나면 다음은 뻔했다.

고인의 빈소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어떤 연예인"이 문상을 오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열심히 찍고 찍는다. 고인의 유가족이 오열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하나의 "기사거리"로 보일 것이니까.



자살 매뉴얼이라도 내자는 것인가?

사실, 고 김광석씨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자살을 했는지는 보도를 안한 것도 같고 한 것도 같아 가물가물하다. 그저 아까운 가수가 사라졌음에 가슴이 아팠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언론은 남달랐다. CSI 과학수사대 프로그램이 너무 히트를 한 탓일까? 언론은 마치 CSI를 보여주듯이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이에 덩달아 네티즌들은 사건에 살을 붙여서 여기저기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이 다 "법의학자"라도 된 것 같았다. 유서를 남기지 않았으니, 유서에 해당하는 글을 찾아내고, 그 글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과 추측들이 난무했다.

의문점을 제시하기도 하고, 심지어 국과수의 부검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는 의견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법의학적 지식이 무척이나 향상된 것을 기뻐해야 하는걸까? 황우석 박사 사태로 인해서 국민 전체가 줄기 세포에 대해서 공부한 것은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추리소설 풀듯이 이러는 것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만약, 자신의 친지가 돌아가셨는데, 누군가가 사인이 어떻고 의혹이 어떻고..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면, 아마도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연예인은 <공인>이라서 다르다고 할것인가? 하지만 공인이란 단어는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서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친구이며, 누군가가 사랑하던 사람일 뿐이다. 모두 당사자들이 알아서 풀어 나가시도록 맡겨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소개된 여러가지 기사들처럼 자살 방법에 대해서 상세히 들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자살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정도로 끝내야 할 것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어떤 높이에서... 등등... 대체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체 그런 정보가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언론의 사명"에 해당하나?



CSI적 베르테르 효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학창시절에 한 번쯤 읽어봤거나 읽기를 시도했을 법한 괴테의 소설이다. 그걸 모르더라도 <샬로테(로테 - '롯데'회사의 기원이 된 이름)>를 짝사랑하던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이야기란 것은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살하면, 연쇄적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하는데, 유럽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베르테르는 소설의 주인공이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의 CSI적 보도에 힘입어, 오늘날의 베르테르 효과는 단순 흉내를 넘어서 "모방"까지 가고 있다. CSI적 베르테르 효과라고나 할까.

  ▶ [관련기사] 정다빈 사망소식 접한 대학생 자살 <스포츠서울> 2007년 2월 12일


대체, 이런 부추김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자살 관련 보도, 제발 가이드라인을 정해라

이미 외국에서는 자살 보도 관련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자살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자세한 자살방법 등에 대한 사항은 보도를 자제한다고 한다.

  ▶ [관련기사] 자살정보제공, 베르테르현상 낳는다 <뉴시스> 2007년 2월 13일

  ▶ [관련기사] 자살 보도 목적은 '자살방지' <노컷뉴스> 2007년 2월 13일


우리도 이런 제도는 받아들이자.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공인이라도, 이제 자살관련 보도는 간단히 끝냈으면 한다. 덧붙여서, 오열하는 유족들에게 감히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해보라. 자신의 가족의 빈소에서 카메라 들고서 우는 모습을 찍는다고 생각해 보라. 만약, 아무렇지도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카메라 들고서 근처 병원의 장례식장에 가서 후레쉬 터뜨리시기 바란다.


자 살자 살자 살자 살 -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을 들어보시라!

지난 2월 7일 방화 미수죄로 법정에 서게 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하고 그 자살이 "살자"로 들린다며 관대한 선고를 한 판사님의 지혜에 모두들 감탄했다.

  ▶ [관련기사] "자살 10번 말하면 살자로 들린다" 문형배 판사 네티즌 관심 <세계일보> 2007년 2월 8일


'죽을만한 각오로 살면 되지 왜 죽냐'는 어르신들의 말 이상의 명언은 없는 것으로 안다. 사람마다 모두 가지고 있는 각종 고민들. "나만 왜 이럴까?"라는 푸념들. 이제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한다.

이 동영상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에 많이 있으므로 생략한다. 그냥 보기만 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동영상의 한글 자막을 제작하고, 각종 사이트에 배포하신 최초의 "그분"께 감사를 드린다.

▲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http://bbs1.tvpot.media.daum.net/griffin/do/read?bbsId=N001&articleId=7296&pageIndex=1

원래는 위 링크에서 가능했지만, TVPOT 개편으로 링크가 깨져서 새로운 동영상으로 대체합니다
(2007.9.16)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2.14
www.hangulo.kr
blog.daum.net/wwwhangulo





글쓴이 : 한글로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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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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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를 기울여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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