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 사고로 얼룩진 국제 영화제
제8회 서울 국제 영화제 자막 사고로 관객들 항의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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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ef.net (제 8회 서울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2007년 국제영화제의 위상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국제 영화제가 있다. 물론, 그냥 작은 영화제도 참 많다. 그 중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영화제는 단연 으뜸, 부산 영화제가 있고, 그 밖의 영화제는 부천, 전주 등 지자체와 문화관광부의 후원을 받는 여러 영화제가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는 올해 두 개나 된다. (내가 아는한.. 혹시 더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수정하겠다.)

9월에 열린 제8회 서울 국제 영화제(SeNef)와 10월말에 열리는 제1회 충무로 국제 영화제(CHIFFS) 가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영화제가 열렸다든지 열린다든지 하는 소식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금시초문이다. 워낙 많은 국제 영화제들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서울에서 영화제가 열렸다고?

지난 2007년 9월 6일 개막해서, 오늘(9월 16일) 폐막하는 서울 국제 영화제는 8회째를 맞이한다. 사실, 이 영화제는 그동안 SeNef로 알려진 "서울넷페스티벌(2000년)"이 1회이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화제를 따로 여는 "서울넷 페스티벌" "서울 필름페스티벌"로 운영되다가, 2006년에 이르러서 "서울영화제 2006"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결국 2007년에는 "국제영화제"로 위상을 올리게 된것이다.

결국,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을 달고는 1회째나 다름이 없는 영화제다. 건대입구의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이 영화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히 (언론 보도도 거의 없었다) 치루어지고 있었다.

부산 영화제를 매번 부러워하던 사람들로서는 서울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면, 아주 기뻐하며 극장으로 달려가야 할텐데, 이상하리만큼 썰렁한 분위기는 "영화제"가 "영화축제"로서 의미가 퇴색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다른데 있었다. 홍보 부족은 이미 문제가 아니었다.


영화제 한글자막

자막은 국제 영화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국제 영화제는 그 나라의 자막은 원래 필수이고, 영어대사인 경우가 아니면 영어자막도 보통 제공한다. 실제로는 프랑스어 자막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한 화면에 두세개의 자막이 난무한다. 덕분에 외국인들도 별로 어렵지 않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

보통, 영화제용 영화 필름에는 영어자막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가있다. 문제는 한글자막인데, 보통 극장용 영화 필름은 아직도 레이저로 필름을 태워서 한글자막을 넣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아예 필름 전단계에서 자막을 넣기도 한다) 즉, 필름에 손상이 가게 된다.

영화제용 필름은 "빌려서" 상영하는 것이기에 손상을 입힐 수 없다. 따라사, 보통 커다란 빔프로젝터로 영화의 오른쪽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 한글 자막을 영화의 흐름에 따라서 쏘게된다. 뭐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곰플레이어 등으로 DivX 영화를 한 편이라도 봤다면, 무슨소린지 대충 감 잡을거다. 자막 파일이 따로 있어서 자막과 화면의 씽크를 한 사람이 맞추어 가면서 상영한다는 소리다.


자막 사고로 얼룩진 "서울국제 영화제"

이번, 서울 국제 영화제는 "디지털 돌비 자막" 이란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기존의 빔프로젝터 방식이 아니라서 화면에 부드럽게 자막이 들어가며, 선명하고 예쁘다고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영화제 개막전, 자막 서버가 다운되면서 데이터가 많이 유실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긴급 복구에 나섰으나... 자막이 영화와 전혀 다르게 나오거나, 자막이 먼저 나오고 대사가 나온다든지 하는 "싱크" 문제, 아예 자막이 나오지 않게 상영되는 영사사고가 영화제 내내 속출한다.


아래는 서울국제 영화제의 공식 게시판에서 주최측이 밝힌 내용이다.



2007년 9월 10일

http://senef.net/senef_2007/board/board_free_view.php?no=209&brano=172&brno=107&page=&lk=&ls=%C1%A6%B8%F1

영사사고에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9월 7,8,9일 사흘간의 상영을 통하여 발견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화면과 자막의 싱크가 맞지 않은 경우

2.특정 부분에 자막이 없었던 경우

3.한글자막 없이 상영된 경우

4.상영취소(9월 8일 "반란자")

 

 

올해 서울국제영화제에서는 기존의 자막시스템을 보완하고자

대부분의 작품을 디지털 돌비자막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개막작 "모가리의 숲"과 같이 디지털돌비자막으로 상영된 영화는

자막이 선명하고 예쁘며,자막용 빔프로젝터 때문에 생기는 직사각형 바가

화면을 방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개막 며칠전에 자막용 서버가 다운되는 바람에 자막 데이터들이

한꺼번에 날라가는 바람에,복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미처 자막이 누락되거나
뒤엉킨 것을 발견 못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의 부족으로 인하여 실제 작품과 함께

틀어보는 테스팅과정이 생략된 작품의 경우,예기치 못한 사고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귀한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러 오셨던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정중한 사과를 드립니다.

현재 디지털돌비자막의 실행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하여

이후 상영은 훨씬 더 개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상영이 취소되었던 <반란자>는 9월 10일 저녁 9시에
다시 상영할 것입니다.
더좋은 자막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거듭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향후의 상영에서는 비슷한 불편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9월 10일경 이후에도 꾸준히 자막사고가 났다. 이곳의 자유게시판은 온통 자막에 대한 질타로 가득찼고, 주최측은 사과하느라 바빴다.

결국, 항의에 가득찬 관객들에게 9월 16일 (폐막일) 공식적으로 다시 사과문이 올라왔다.



제목 : 폐막을 앞두고 자막관련 공식사과문 (2007.9.16)

http://senef.net/senef_2007/board/board_free_view.php?no=210&brano=241&brno=149&page=&lk=&ls=%C1%A6%B8%F1

제8회 서울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리려고 합니다.

극장상영이 오늘 16일에 끝나고 나면 넷부문 작품만 연말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프리 윌>,<롤라>,<맹산>,<브란도>,<파고>,<반란자>,<모가리의 숲> 등
잊을 수 없는 영화들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만나던 시간들이 곧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집행위원장 박안입니다.
폐막을 앞두고 자막관련하여 공식적인 사과를 다시한번 드리고자 합니다.
영화제라는 것이 일년동안 준비하여 11일간 관객들과 만나서,
관객들은 좋은 영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스탭과 자원활동가는 관객들의 환호와 감동을 통하여
그동안 고생한 것을 위로받고 그 보람을 만끽하는 것인데,
이번 행사는 자막 문제로 이러한 분위기가 크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자막 문제로 인하여 작품 감상에 불편을 겪은 관객 여러분과
그 상황에서 가슴을 조리며 현장을 지켰던 스탭과 자원활동가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자막의 오류를 잡고자 낮의 공식 상영이 끝나면 영화와 자막을 동시에 틀어놓고
싱크를 잡아나가면서 다음날 상영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이 정상적으로 상영되어 가던 중
그전에 2회 걸쳐서 아무 문제없이 상영되었던 <모가리의 숲>과 오류 수정 완료라고
보고되었던 <고고 테일스>가 문제를 일으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준비가 더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인정합니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사이후 수습을 해나가겠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는 9회 행사가 될 것이라면
아예 개최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열정,능력,책임감을 서울영화제에 쏟아부을 수 있는 새로운 인재를 찾아서
영화제를 끌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집행위원장직에도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경우 자리를 내주겠습니다.

오늘은 폐막작 <포리너>까지 총 11번의 상영이 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관객 여러분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잊지않으면서 폐막식을 맞이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9.16

집행위원장 박안


상영시간의 문제도 겹쳐

자막 사고가 나면서, 이미 들어온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막을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진땀을 빼는 스탭들의 노고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흘러간 시간들은 고스란히 그 후의 영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제시간에 영화를 보기위해서 온 관객들이 앞 상영이 늦어지는 바람에 몇십분씩 기다리게 되는 사태도 발생했고, 가장 큰 문제는, "아주아주 긴 3시간짜리 인도영화"에서 있었다. "움라오잔"은 9월 9일 오후 8시 15분에 시작하게 되어 있었다. 제대로 상영해도 밤 11시가 넘어서 끝나는 빠듯한 상영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30분 이상 늦어지면서, 결국, 차시간을 위해 영화를 1/3 남겨두고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반도 못보고 간사람, 마지막 부분 못보고 간사람이 대다수였으며, 끝까지 보더라도 "제발 빨리 끝나라... FF버튼이 있다면 누르고 싶다"며 영화보다는 시간에 신경을 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왔다. 물론, 자막은.. 나오다 안나오다를 반복하며 싱크도 안맞는 장면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제측의 대응은 아주 미숙했다. 현장에서 사과를 하고, 마지막까지 본 사람에게는 영화제 초대권을 주었다고 하는데, 중간에 나간사람 등등, 끝나고 바쁘게 나간 사람에게는 전혀 조치가 없었고, 후에 게시판을 통해서 항의하자 택시비 영수증 등을 보내주면 비용을 주겠노라고 답해왔다.


연이은 자막사고, 대책은 없었나?

위의 영화 움라오잔은 9월 13일에 다시 상영되었는데, 다행히 시작 시간은 제대로 맞추었지만, 자막의 문제는 여전했다고 한다. 이는 주최측이 "밤을 새워가면서 수정했다"는 것과 비교해 볼때, 그 수고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도입한 돌비 디지털 자막 시스템 (나는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은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막 서버가 어떻게 되어서 자료가 유실되었다는 것도 사실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것이, 그런 사고에 대비해서 항상 백업본을 만드는 것은 전산 운용의 기본에 해당한다.

그리고, 상영작을 발표한 시점이 8월 21일이다. 9월 6일에 시작하는 영화제를 15일 정도 남기고 상영작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다른 국제영화제들이 충분히 한 달에서 한 달 반정도 전에 발표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시간이 적었다.

그리고, 대책도 그렇다. 만약 자막이 그렇게 되었으면, 환불을 100% 해주어야 마땅하다. 영사사고가 확실하니까. 그런데, 영화관에 불이 켜지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나가고 나서야 공식 사과를 하는 것으로 거의 일관해 왔다는 것. 미안하다는 말로는 소중한 시간을 망친 사람들에게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 다 알지 않나?

심지어, 9월 15일에 "모가리의 숲"과 "고고테일즈"의 자막사고가 일어나자, 누락된 자막 부분을 파일로 게시판에 업로드하는 진귀한 풍경까지 있었다. (http://senef.net/senef_2007/board/board_notice_list.php?page=1&lk=&ls=%C1%A6%B8%F1)

어떻게든 관객들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그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영화를 자막없이 보고 난 관객이 자막 부분을 그렇게 본다고 쉽게 영화가 다시 이해가 갔을지는 의문이다.



국제 영화제, 조금 더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를

영화제에는 국가의 귀중한 세금이 지원된다. 부천영화제나 충무로 국제 영화제의 규모가 40억 정도라고 하니, 그중의 상당수는 국민의 세금이다. 서울 국제영화제는 처음인데다가 규모도 아주 작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 들어갔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즉, 영화제에서의 실수로 인해 사람들이 외면하면, 이는 국민의 혈세를 그냥 낭비한 것이 되고 만다.

영화제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특히 국제 영화제는 더 그렇다.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단지, 남들이 하니까 한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준비도 철저히 해야 국제적 망신을 줄일 수 있다.

이번에 서울 국제영화제는 1회나 다름없는 행사에서 참 많은 곤욕을 치루었다. 오늘 폐막을 하고나서 더욱 재충전의 기회를 갖기 바란다. 또한, 그러한 마음이 잘 나타난 아래의 글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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