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5년전에 시작된 UCC(손수제작물) 문화 - 블로거뉴스의 원형을 보다
블로거뉴스의 원형을 보다
이미 15년전에 시작된 UCC(손수제작물) 문화
내가 누군지 알어? 블로거뉴스 기자야!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인도 영화를 알리는 하나의 홍보 수단이었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항상 인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블로거 기자라는 것도 그냥 신청하는 란이 있길래, 아무 생각없이 신청했고, 그냥 버릇처럼 글을 쓸 때에 "블로거뉴스로 보내기" 란에 체크를 하곤 했다. (위의 소제목은 "마빡이" 톤으로 읽어야 재밌다)
글 하나가 바꾼 생활
그런데, 무심코 올린 글 하나가, 다음 메인에 뜨기 시작하면서, 나에겐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한국에서 촬영된 인도 영화에 대한 간단한 글이었다.
■ 한국에서 촬영한 인도 영화 Gangster (2006년 4월 26일)
그 이후에 또다시 인도판 올드보이가 소개되어서 하루에 15만명의 방문객이 몰려올만큼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올드보이" 표절 영화, 어찌 됐나? (2006년 5월 9일)
그리고, 올해부터는 인도 영화 이외에 "신문기사로 기사를 쓰는 블로거"를 표방하면서 "따따따 쩜 한글로 (www.hangulo)"란 블로그(blog.daum.net/wwwhangulo)에 글을 쓰면서 거의 매주 미디어 다음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기사를 쓰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바로, 글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그저 블로그에 쓴 글일 뿐이었는데....
블로거 뉴스의 원형을 찾아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어느날 갑자기 생겨나는 문물은 없다. 인터넷이 아무리 새롭게 생긴 개념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 이전부터 쭉 이어온 여러가지 통신 기술이 합쳐지면서 이루어질 수 있었듯이 말이다.
그래서 블로거 뉴스라는 개념이 과연 어디서 올 수 있었을까, 그 원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정답은 내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996년, 인터넷 초기에 만들기 시작한 내 홈페이지는 정말이지 내 책상처럼 정리가 안된 그런 밋밋한 홈페이지다. 그곳에는 예전에 PC통신 시절에 썼던 글부터, 초등학교때 사진까지.. 마치 요즘의 "싸이 홈페이지"격인 셈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게 문제지만...
그런데, 그곳에서 내가 고등학교때 동아일보의 "독자투고"란에 열심히 썼던 글을 정리한 것을 보게 되었다.
※ 이곳에 소개하는 내용은 모두 1990년대 당시의 내 생각을 쓴 것으로, 현재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을 수 있음. 괜히 시비걸지 마시라! ^^
▲ 원형 1 : 블로그 댓글달기 vs. 독자투고 주고 받기
마치 블로거 뉴스를 보다가 "울컥" 해서 댓글을 달듯이, 1991년의 어느 날, 독자투고란의 어느 글 하나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고, 독자투고란에 편지를 보내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글은 신문에 활자화되어서 실렸다. (스크랩 해놓은 진짜 신문도 있지만, 옮겨적은 것으로 대신한다)
일본인의 글 |
한글로의 글 | ||||
동아일보 1991년 10월 3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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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91년 11월 1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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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형 2 : 블로거 뉴스로 정책 제안 vs. 독자투고로 신문사에 요구하기
위의 글을 보면 알겠지만, 주소가 모두 한자로 적혀있다. 사실, 1990년대의 신문은 세로쓰기에 한자 혼용이 일반적인 것이라 별로 낯설지 않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글에 주소를 한자로 쓰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 나는 다시 글을 보냈고 다시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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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동아일보 독자투고란의 내 주소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그것이 내 글에 의한 것이라는 물증(?)은 없지만, 어쨌든, 최근에 블로거 뉴스가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 원형 3 : 악플러와의 싸움?
당시의 독자투고 (독자의 편지)란에는 주소가 자세히 쓰여 있어서 누구든지 글을 쓴 사람에게 편지를 할 수 있었다. 위의 한글 관련 글을 쓴 후에 난 일본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고, 그 내용을 다시 PC통신 게시판에 올려서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수십페이지를 모두 프린트해서 일본으로 보냈음은 물론이다. 참. 익명의 소녀로부터 팬레터도 받기도 했다. (비슷한 나이였을텐데 '아저씨'라고 호칭해서 마음이 상했다 ^^)
그리고... 한가지 더...
군대에서는 국방일보를 본다. 그리고 국방일보도 독자투고란이 있다. 그래서 몇 개의 글을 보냈었고, 결국 두 번 정도 실렸다. 그 중에서 두 번째로 실린 글을 소개한다.
군대에서 (2)
군대 용어 바르게 쓰자
국방일보 1996년 1월 3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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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기사가 나간후로 정말 지긋지긋한 악플.. 아니 악성 전화에 시달려야했다. "암구어"와 "암구호"는 사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단어인데, 이 부분에 앙심(?)을 품은 각종 부대의 간부들이 나를 찾아서 전화로 "비난"을 퍼부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었다. 일개 상병에게 간부들이 "너 그런 쓸데없는 짓 할래?"라고 마구 퍼부었으니 말이다.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과도 비슷하다고나 할까?
▲ 원형 4 : 블로거뉴스 특종 vs. 독자 투고료
블로거 뉴스 특종으로 뽑히면, 이미 공지된 바와 같이 10만원의 다음 캐쉬를 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독자 투고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마 만오천원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990년 당시에는 만원이면 제법 큰 돈이었다. 거기다 고등학생이었으니...
사실, 그 돈을 받는 재미에 더 열심히 신문을 읽고 반박한 기사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거 뉴스도 꼭 그 상금때문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UCC(손수제작물) 문화, 자신이 책임져야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온 UCC(손수제작물)는 신문의 독자 투고란에서 시작되어서 PC 통신을 거쳐 인터넷으로 이어져 온 셈이다. 그리고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댓글 문화나 트랙백에 해당하는 의사 소통이 계속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 "속도"가 빨라져서 사회적인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한 말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하나의 큰 원칙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한 말에 절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하고 그 컨텐츠에 책임을 지는 우리들이 훨씬 더 훌륭한 셈이다.
UCC는 이미 15년.. 아니 그 이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우리들의 문화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혼자서 소리쳐" 보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1.25
www.hangulo.kr
blog.daum.net/wwwhangulo
▲ 다시 말하지만, <한글 전용>에 대해서 제발 시비 걸지 마시길 ^^
▲ 추가합니다 (2007.1.25)
트랙백이 걸린 기사를 보니, 미디어2.0 님께서 지적하신 것을 추가해야 겠다.
- 블로거 뉴스는 Daum의 메인화면, 미디어 다음의 메인 화면에 노출될 정도로, 아주 중요하고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투고(독자의 편지)와 다르다.
- 또한, 지금처럼 이렇게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수정하고, 추가하면서 더 나은 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다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