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의 일본어 찌꺼기, 어떻게 봐야 하나?

-지다 논쟁을 바라보며


똑바로 읽어라!

아차차, 눈이 번쩍 뜨인다.


이 글을 추천하면서, 이 글에서 지적하는 "어느 일본인 블로거"라고 지칭한 글도 내가 추천을 했음을 기억해냈다. 조금 급하게 글을 읽었는지, 아니면 너무 열린 마음으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글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아니 글 뒤에 숨겨진 그 진심을 못읽어냈음을 알고서 뜨끔했다.



-지다의 표현이 불러낸 논쟁

이 논쟁(?)은 여기서 시작하고 있다.




영어의 수동태 문장을 번역할때 많이 눈에 뜨이는, 우리말의 어색한 번역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글에는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기꺼이 추천을 할 만 했다.


그리고



는 당연히 연속해서 나올만한 글이었다. (사실, 이 논쟁은 한자혼용과 한글만쓰기 문제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 )


그리고, 아래 글은 연속해서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놓친 부분은 바로 세번째 글에 있었다.


위의 글에서 일부를 소개하면...


그러나 과연 일본어의 영향을 반드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중국이나 한국보다 먼저, 서구문물을 수입하고 자체적으로 소화해냈던 일본은 방대한 작업을 통해서

서구문물과 함께 들어온 어휘들을 한자어로 번역하는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는 역시 중국과 한국이었다.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해있는 잇점으로 일본이 만들어낸 새로운 한자어들을 그저 자국의 한자음으로 읽어내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잇점은 한국에게 있어서도 급속한 근대화과정속에 상당한 혜택이었다.

특히, 한국은 한일합방시기를 거치면서 상당수의 일본어해득이 가능한 지식계층을 형성시킬 수 있었고 이 들은 한국의 급속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전분야에 걸쳐, 한국은 일본을 철저히 모방하며 습득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일본어의 해독이 가능한 유능한 인재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행운이었다.

이들은 그들의 일본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에서 발행된 전문서적을 번역 습득해가면서 어려운 난제들을 손쉽게 돌파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15년전의 논쟁을 떠올리다


일본의 강압적인 지배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도움이 되었느냐 말았느냐의 논쟁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역사에는 "가정"이란 것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일본이 강압적으로 한국을 침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것을 가지고, 지금의 결과만으로 "일본의 지배가 결국 한국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냥 한국을 잘 모르는 어느 서양인이 자신의 수필에나 한 줄 쓸만한 무책임한 말이다.

우리는 일본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했고, 그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배했던 측에서야 다 잊고 싶겠지만, 그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와서 "우리가 그래도 착했잖아...~!" 라고 말한다면..?

아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나는 올해 1월에 다음과 같은 글을 쓰면서 어느 일본인의 독자투고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인의 글

한글로의 글

동아일보 1991년 10월 31일 목요일
<독자의 편지>

 

한국 漢字배격 섭섭
東洋圈문화 가꾸자

한국에서 한자가 점점 없어져가는 현상을 보고 안타깝게 여기지 않을수 없다. 한자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게 공유하는 것이고 그런 공유물을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해서 친밀감을 느끼는 일본인은 나만이 아닐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어에 흥미를 갖게된 것은 중학생시절 동아일보를 본때였다. 난생 처 보는 한국신문에 부분적으로 한자가 있었고 그 부분만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나조차 이해할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나라의 신문이긴 하나 이해할 수 있었다니, 그 당시의 기쁨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남자가 결혼후보로 여자를 고를때 가장 주목하는 점은 그 여자가 자기와 어느정도 비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란 자기와 공유하는 것을 지니고 있을수록 그 대상에게 애착을 갖게 마련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일본인과 공유하는 한자를 한국에서 없애자는 한국의 일부 여론은 앞으로 한국에 대해서 애착을 갖게 될 일본인의 수를 적게 할 것이고 또 나는 그런 여론에 반대다.
渡邊英彦
 


동아일보 1991년 11월 18일 월요일
<독자의편지>
 

한글로 뜻전달 충분해
한자표기 요구는 잘못

동아일보 10월31일자 '독자의 편지'란에 실린 일본인의 글을 읽고 나의 의견을 적어본다.
일본에서 만약 한자를 '가나'로 표기한다면 길이가 길어져 쓰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한자를 '뜻'으로도 읽는다. 이것은 '음(소리)'로만 읽는 우리와는 전혀 틀린 방식이다. 그래서 더욱더 한자를 쓸수 밖에 없는게 일본의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한글로만 표기한 국어교과서를 한자가 없어서 이해못하는 국민학생은 없다.
한자는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에서 유래하였다는데서 계속 받들여져 온 글자이다. 하지만 한자어 중에도 한글로 써도 전혀 그뜻을 아는데 지장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일본인의 글중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우리가 한글을 더 많이 쓰면 쓸수록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애착이 식는다'는 부분이다. 이것은 과거 일본이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아 그들의 말과 글을 우리에게 강요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의 언어정책을 일본인에게 호감 사기 위해서 바꾸라는 표현같은 느낌이 든다.
한 글 로

 
 
재밌는 것은, 이 뒷얘기다.
 
나는 이 글을 당시 "천리안" PC통신과 각종 BBS에 올렸고, 그 답변을 모두 갈무리(캡처)해서 인쇄한 뒤에 거금을 들여 일본으로 편지를 보냈다. (원래 주소가 나와 있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답장이 왔는데,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문장이 있다.
 
"우리가 다시 한국을 지배하더라도 한국인의 말과 글은 보존하게 해줄 것입니다"
 
그렇다. "다시 한국을 지배하더라도" 한국말을 지켜줄테니, 안심하고 한자나 쓰라는 것이다. ^^ 이게 바로 일본인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문제다.

 
일본은 언제나 걱정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한자표기를 많이 하지 않게될 시점부터 일본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자문화권 운운하면서 "우리 친하잖아"라고 할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선 글에도 "한자문화권"은 꼭 빠지지 않는다)
 
이러니 일본의 입장에서는, 혹은 일본을 대변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심어놓은 많은 어휘들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 할 것이다. (물론, 그게 순우리말로 바뀐것이 아니다. 거의 영어 위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이라고 무조건 없애자는 것은 너무하잖니?"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일본에 대한 분노때문에 앞을 못보고 살것인가? 사실, 일본 문화는 이미 우리 깊숙히 침투했고, 우리 아이도 "도라에몽"을 보고 "짱구는 못말려"를 보며 자란다. 그러니 일본은 즐길것은 즐기면서 "왜 유독 이런 문제에만 쇼하냐?"고 한다.
 
마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미군의 횡포에 대항하는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과 같이 지극히 "균형있는" 시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 나라의 말과 글은 그 나라의 정신이다. 말과 글이 사회적인 선택에 의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은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유도가 가능하다. 아무리 사람들이 '벤또'와 '와리바시'를 쓰던 시절에 "도시락"과 "나무젓가락"을 쓰도록 유도한 것처럼 말이다.

 
 
노견과 길어깨, 갓길의 역사
 
일본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많은 외래어를 한자어로 바꾸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한자어와 용어의 대부분이 일본이 바꾼 것이다. ('사회'란 단어도 일본이 만든 말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다 옳은 방향은 아니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쓰던 말중에 "노견(路肩)"이란 말이있다. 지금도 간혹 보이는데, "노견 주차 금지"같은 말은 90년대까지 널리 사용했던 말이다. 이게 뭐냐구?
 
요즘엔 "갓길"이라고 부른다. 그 전에는 뭐라고 불렀는지 아는 사람? 맞다. 순화한다고 "길어깨"라고 불렀다. 노견은 영어의 "the shoulder (of a road)"를 일본이 바꾼 말이라고 한다. (중국이 바꾸었든.. ^^) 충실하게 "길의 어깨"라고 해서 한자로 바꾸었고, 우린 그것을 수십년간 써왔다.
 
그런데, 노견이란 말이 한자어라서 나쁘다는 소리가 들리니까, 손쉽게 "길어깨"로 바꾸어서 사용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말은 1991년에 "갓길"로 국무회의를 통과한다.
 
shoulder of a road를 번역할 때, 그냥 손쉽게 "길어깨"로 하는 것보다는 "갓길"이란 "우리말"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왜냐고? 길어깨가 어딘지 아는 사람? ^^ 더 이상은 말 안하겠다.
 
(갓길 관련 정보 : http://www.dal.co.kr/blog/archives/000616.html [김중태 문화원 1기 블로그])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나들목(나가고 들어가는 길목)으로 바꿔서 쓰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 않게 얼마든지 좋은 용어를 만들 수 있다. 단지, 예전에는 그 기회를 박탈당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냥 한동안 썼던 것 뿐이다.
 

 
혹성에서 행성으로 그리고 떠돌이별로
 
'혹성탈출'이란 영화덕분에 '혹성'이 우리말인줄 알지만, 이 말은 일본식 용어다. 혹성(惑星) 이란 말은 우리에게 와닿지 않는다. 왜냐? 행성(行星)이 더 쉬운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한자를 썼다고 중국말이라고 하시는 분? 그럼 지금 중국어 하십니까? ^^) 행성은 움직이는 별을 의미하는데, "혹"이란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혹세무민 등에서나 쓰이지만 그게 "움직인다"는 어휘가 별로 없다. (일본에는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갈 행(行)자를 써서 "움직이는" 이란 뜻을 나타낸다. 이게 바로 "한국식 용어"다. 굳이 일본이 만든 것을 그대로 쓰면서 어렵게 외울 필요가 있을까? 사실, 더 쉬운 말로는 "떠돌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떠돌이별이란 말이 더 널리 쓰이길 바라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
 
일본과 우리가 한자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 한자의 쓰임이 다른 것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또한, 어순이 같다고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이 만든 용어나 어휘를 그대로 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우리말을 일본에 심는 것? 좋은 일이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침공하지 않는 한, 한 나라의 말글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못할 것이다. 일본과 영국, 미국은 그것을 했고, 덕분에 세상은 어려분이 아시다시피다.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세계화를 위해서 우리 말글에 외국어를 심을 필요는 없다. 그냥 외국말을 배우면 된다. 한국어에 외래어 어휘가 늘어난다고 우리가 외국어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격하게, 우리말 대신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이야기들도 좀 심한 생각이다.
 
세계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우리 것은 우리 것대로 잘 찾아가고, 남의 것은 남의 것대로 잘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것을 너무 많이 잃었으니, 지금이라도 조금씩 되찾자는 것... 나쁠 것 없다. 무조건 일본이 만들었으니 배척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 일본인들은 과연 알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한국인도 알아야 할 문제다)
 
우리가 한국사를 배우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우리를 모르고는,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업적과 과오를 모르고서는 한국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같은 끔찍한 시절.. 제발 우리 후손들에게는 물려주지 말자. 그리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고 지켜나가자.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6.9.
 
(이 글에는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어긋날 표현과 표현이 많습니다. 매일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지만,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완벽해 질겁니다. ^^)
 
 
 
관련글인 30년이상 되풀이 된 한글과 한자 논쟁 (2007.3.14) 도 읽어보시길..
블로거뉴스 링크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9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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