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자들, 이제 그만~

더 이상 기자회견이나 일체의 외부 활동을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할 말은 많겠지만....

그곳에서 겪은 고초,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었던 공포, 죽음에 가까워 있다는 불안감,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상황....

아프간에서 돌아오신 피랍자들은 할 말이 많으실거다. 누구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병원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은 왜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탈레반의 악랄함"이나 "피랍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 생생하게 국민들에게 알린다? 대체 그것으로 얻는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아프간에 가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악랄한 테러집단임을 밝히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 안다.

그들이 수많은 인질들을 잡는순간부터 그들의 순수성은 의심받았으며, 인질을 살해하면서부터 그들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했다. 아무리 그들의 목적이 순수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종교 규율에도 어긋난 행동임은 이슬람에서도 인정한 바다.

그런데, 더 이상 어떤 "증언"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언론도 제발 신경 끊기를...

그래, 그들이 어떻게 현지에서 지냈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언론은 궁금해 죽겠을거다. 그거 하나하나 재구성해서 다큐멘터리라도 만들고 싶을거다. "아프간에서의 지옥같은 생활들" 이런 식으로 기록 영화도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근데, 그거 왜 궁금한가?

아프간에 봉사하러 갔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별 소용은 없다. 그들의 경솔한 행동은 이미 세계 만방에 알려졌고, "생각이 있다면 그렇게 이동을 했을리 없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이미 그들은 잘못을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느니 하는 소리로 그들에게 잘못이 없음을 항변하려고 드는 글도 보았다. 거참... 강아지가 풀 뜯는 소리같다.

정부가 말리지 않았어도, 아프간이 위험지역이라는 것은 인터넷을 한다면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다. 아니, 인터넷을 모르는 넷맹이라도 다 알것이다. 아니, 위험했기 때문에 보낸거 아니던가? 그래야 더 선교가 빛이나니까. 그래야 더 봉사가 빛이 나니까. 무사히 돌아오면, 그곳에서의 엄청난 "고난"을 간증할 수 있을테니까... 다 알면서 선수끼리 숨기지 말자.

그들은 잘못했다. 이것은 명백하다. 배낭 여행을 가더라도 현지에서 주의할 점을 수십번씩 되뇌어야 하는 마당에 스스로 탈레반의 표적이 되는 행동을 했다.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인질이 되고 나서는 온 국민들을 두패로 나뉘어서 싸우게 만들었다. 마치 기독교와 반기독교의 싸움인 듯 보였다. 별로 아름답지 못한 논쟁이었다. 발전의 가능성도 없는 논쟁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인질이 된 것 자체를 가지고 잘했니 잘못했니를 따지고자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 (부주의했다고 치더라도말이다) 그 후의 협상 과정 또한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었으므로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가가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서 그들을 구출해냈다. (아무리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국정원에서 움직인 경비를 비롯 국가는 돈을 지불한 셈이다. 몸값의 지불 여부는 알수가 없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한다) 그것이 그들의 신께서 도왔든, 아니면 국정원이 도왔든, 현지 협상단이 도왔든, 적신월사가 도왔든, 어느나라의 지도자가 도왔든, 어쨌든, 그들은 풀려났다.

그러니 이제는 좀 조용히 해 달라는 것이다.

그들의 피랍사태 때문에 그곳에서 몇년간 터전을 닦은 사람들도 모두 손 털고 나와야 했다. 조심조심 하면서 그곳에서 봉사하던 다른 단체도 문을 닫아야 한다. 그리고 탈레반은 한국이 약속을 안지켰다면서 조심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좀 조용히 해 달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은 또다른 희생자만 부를 뿐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의 잔혹성을 전세계에 알린다고 치자. 그래서 외신이 신나게 그것을 보도한다고 치자. 하지만, "한쪽만의 증언"은 이미 공정성을 잃은이야기다. 왜곡되기 쉽고, 진실은 안드로메다로 출장간다. 더더욱 피해자의 입장에서의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그들이 밥먹으라고 한 소리도 윽박지르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터뷰니 뭐니 해서, 그곳의 생활을 물어보는 행위, 좋다고 답해주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그거 알아서 뭐하나? 술자리의 안주 거리나 되는거지. 뭐? 다음에 잡히면 어떤 생활을 할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라고? 이런...

기자회견으로 인해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게되고, 다시 탈레반을 자극, 어떤 일이 다시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테러집단이 무서우니 심기를 건드리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라를 빼앗긴 것이니까, 테러집단 운운도 사실 상대적인 것이다.) 적어도, 염치라는 것이 있다면 자숙을 하자는 이야기다.


종교적인 간증도 안된다

"우리 신자들끼리만 들을거다" 라면서 이 교회, 저 교회에서 간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가? 이미 교회는 인터넷 실시간 동영상 중계에, VOD서비스까지... 상당히 잘 구축되어 있다. 없더라도 캠코더는 이미 핸드폰에 내장될 정도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간증 동영상이 인터넷에 각종 악의적인 편집으로 돌아다닐 것은 뻔한 일이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유튜브등의 외국 사이트에 자막과 함께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어허.. 대체 뭘 바라는 것인가?

그냥, 가족과 이야기하고, 가족과 대화하고, 가족과 기도하면 안될까?

적어도 우리 부대가 모두 철군하는 그때까지만이라도 말이다. 아프간에서 우리 동포가 아무런 위협없이 모두 철수할때까지만이라도 말이다.

이제, 피랍자들은 안전하다. 하지만, 그들의 한 마디가 현지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자살 폭탄 테러나 끔찍한 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숙하고 자숙하라

입국시 공항에서와 같이, 그냥 간단한 사과성명만으로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외부 활동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제, 아프간 사태는 잊혀졌으면 좋겠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은 충분히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미 여행 금지국이므로 몰래 출국하면 범죄자가 된다)


소말리아 피랍자도 해결하라

그리고, 이제 좀 다른 데로 눈길을 돌리자.

같은 피랍자인데도 '소말리아' 인근해역에서 무장 해적들에게 납치된 4명의 국민에 대해서는 정부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있다. 이미 지난 5월이니 아프간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다. 거기다가 봉사활동 하러 간것도 아니고 그냥 어업활동 하다가 그리 된 것이다.

그런데, 그때부터 주욱... 테러범과의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서.. "알아서 몸값을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 같이 잡혔던 네덜란드의 선원은 다 풀려났다고 한다. 좀 이상하지 않나?


아프간·소말리아 피랍 ‘너무 다른’ 정부 대응 [경향신문] 2007.9.3 기사의 일부를 인용해 보겠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한국인 인질들과 귀국하면서 “국민이 위협에 처하면 사지를 마다하지 않고 또 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말에 책임을 지라고 꼬투리 잡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자국민의 구출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가 소말리아 피랍 선원에도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만복 국정원장님... 빨리 구하러 가십시오. 그분들도 우리 '국민'이랍니다. 일단 국가에서 돈을 지불해서 구하고, 그 다음에 죄를 물으세요. 아프간 사태때는 그리 적극적이던 정부가 왜 소말리아는 그러지요? 혹시, 그분들이 교회 소속이 아니라서 그렇습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라고 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일단 구해놓고 보자던 인터넷의 절규, 그게 상당히 먹혀 들어갔던 아프간 사태가 아니었나? 대체 소말리아의 피랍자들은 정부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리도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지 모르겠다.


우토로는 어쩌고?

정부가 아프간에 가졌던 관심의 손끝만이라도 우토로에 쏟았다면.. 어땠을까? 대체 "국민"의 정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 사태를 보면, "국민"은 "교회"를 다니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만 의미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자꾸만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국민이 아닌가? (그런데 왜 세금은 꼬박꼬박..?)

제발, 소말리아, 우토로 등등... 전 세계에서 고통받는 우리 "국민"들에게 좀 관심을 쏟자. 괜히 아프간 피랍자들이 기자회견 한답시고 신문 1면을 장식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수도 있다. (나는 너무 순수해서 탈이다. -.0)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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