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석사 운운, 그만하면 안될까요?


재밌긴 하다, 하지만 좀 거슬리는 석사 운운


나는 무한도전의 팬이다. 그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다양한 상황은 한 주동안 피로한 내 몸과 마음을 말끔히 씻어준다. 개성있는 출연진들이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경외감까지 느끼게 된다. 정말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무한으로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구경" 편을 보고 있노라니, 요즘에 계속되는 "학력 논란" 때문인지 자꾸만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석사"라는 한 출연자의 "석사" 부분을 너무 강조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도 잘 안다. 그것도 하나의 설정이고 "석사"라는 부분을 강조할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학력을 속인 연예인들의 눈물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웃을 수도 없는 것이다.


어느 학교 나왔니? 어디까지 나왔니?

참 유치한 질문이다. 어떤 연예인이 나왔을때,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 거지, 그 사람이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마저 달라지는 것.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풍토라지만, 결국, 이런 풍토가 요즘 문제되고 있는 "허위 학력"을 낳은 것이 아닌가?

"고졸"이라고 하면 무조건 무시하고 "박사"라고 하면 무조건 위대하게 바라보는 모습...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결국 신정아라는 사람에게 국민 모두가 속아 넘어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고졸"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참으로 많은 세태를 보아왔다. "대학도 안나온 대통령" 운운하는 사람들을 바라볼때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과연 그들은 5공때 대통령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을지 궁금해 죽겠다.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실컷 겉으로는 외치지만,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학력"이 중요하다고 비겁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속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연예인을 바라보면서 "저 사람은 어느 대학의 무슨 과를 나왔으니까 역시 연기를 잘해.." 라고 하나 하나 따지는 사람도 있을까? (있겠지..) 개그맨을 보면서 "어느 학교를 나와서 역시 잘 웃겨"라고 생각하거나... 등등...

이제 이런 이야기는 정말 수준 이하라서 이야기 하기도 싫다. 실력보다 간판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없어져야 할 사회라는 것, 이미 당연한 이야기다.


비하 설정, 하지만 학력으로는.. 좀...

유일한 "석사"라는 멘트가 처음부터 거슬렸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 "와.. 석사까지 했어? 대단하네.."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기 때문이리라. 한동안은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 "어쩔 수 없이" 혹은 "일부러" 허위 학력을 유지하다가, 울먹이면서 기자들 앞에 서는 모습을 보고나니, "대체 연예인과 학력이 얼마나 큰 상관관계가 있길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S대를 나왔다고 해도, 연기를 못하면 연기자는 도태되어야 하고, 무학이라도 연기를 잘하면 출연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 워드프로세서를 만드신 핵심 프로그래머였던 어느 분은, 소아마비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무학"이었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맞춤법 검사기와 더불어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역사를 만드셨다. 그 분의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예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도 "무학"이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무시당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장애인이니..)

그렇지만, 천만다행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당당히 우리나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아무도 그분의 학력에 대해서 운운하지 않는다. 실력으로 충분히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구경] 편에서는 "석사이기 때문에 똑똑하다"는 명제와 "다른 사람들은 석사가 아니기에 똑똑하지 못하다"는 명제가 교묘하게 웃음 코드속에 섞여서 나온 것 같다. 물론, 이는 피해의식을 가진 나같은 사람의 망상일 수도 있다.

석사라고 똑똑한 것은 아니고, 박사라고 똑똑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 분야에서 공부를 했으며 일정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일 뿐이다. 박사보다 뛰어난 고졸도 있고, 박사보다 뛰어난 무학도 있다. 학위는 서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즐겨라... 하지만 즐기게 해주면 어떨까?

그래, 그냥 즐기면 된다. 뭐 그런거 생각하면서 머리아프게 하냐?

그래도, 이런 딴지가 나올 정도면, 제작진에서도 조금 신경을 쓸 수 있는 문제일 것 같다. 현재의 시대적 상황이 그러니 어쩌겠는가?

어쨌든, 무한도전 덕분에 웃을 수 있고, 무한도전 덕분에 즐거워서 좋다.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그냥 사람으로 모든 멤버들을 바라보며 웃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9.4
www.hangulo.kr
http://blog.daum.net/wwwhangulo


이 글은 2007년 9월 8일 다음 메인의 UCC 투데이에 소개되었습니다.

http://ucc.daum.net/du/floating/floating.do?articleId=1299045

덕분에 많은 댓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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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한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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