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눌러주세요 - 또 하나의 신호등, 음성 안내기



여보세요. 잠깐만요.




앗. 제가 말하는 것에 놀라셨다구요?

제 친구인 점자블럭도 말을 하는데 저야 뭐.. ^^


▲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럭. → [점자 블럭에 관한 짧은 사진 이야기 보기]



그럼, 제 말씀을 좀 들어보세요.

저는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교통 신호등’이랍니다.


한 때 저는 아주 수다쟁이였어요. 신호가 바뀔때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라고 소리치곤 했지요. 근데, 너무 시끄럽다고 그러셔서, 이렇게 변했답니다.




▲ 시각 장애인용 음향 신호기


이게 뭐냐구요? 스위치에요. 이 스위치를 누르면 제가 말을 한답니다.


"시각 장애인용 음향신호기"라고 쓰여진거 보이시죠?


저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단정지어버렸네요.


그런데, 이런 질문하실 분 계실거에요.


시각 장애인은 앞을 못보는데, 어떻게 저 스위치를 찾아서 누르지?

 

맞아요. 맞는 소리죠.



▲ 점자로 <신호기버튼> 이라고 적혀 있는 모습

그래서, 스위치 밑에 점자 표시를 해두었어요.


너무 친절한가요? (물론, 이런 점자 표시 없는 스위치가 더 많아요.)


점자 써 놓은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이걸 찾냐구요?


원래는 제 친구 점자 블럭이 저한테 가는 길을 안내하게 되어 있지만... 다 아시다시피... 거의 없답니다.


이렇게 나무로 막혀 있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어쨌든, 이 버튼을 어떻게 누르느냐? 그런 질문을 시각 장애인 분들도 하시더군요.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이런 장치에요.





무전기처럼 생겼죠? 이건 장애인이 리모콘으로 저를 작동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에요.


리모콘은 어디서 파냐구요? 장애인 복지관 등에서 무상 배포하고 있다더라구요. 아마 시각 장애인 여러분은 잘 아실거에요. 저는 소리만 내니까 잘 몰라요. 이것과 버튼은 같은 역할을 해요.


그나마 몇 년 전에 설치된 장치들은, 지역마다 주파수가 달라서 리모콘을 여러개 가지고 다녀야 했대요. 참 우습죠? 하지만, 이게 현실인걸요.


잠깐.. 횡단보도가 두군데인 사거리는 어떻게 구분을 할까요? 오른쪽과 왼쪽의 신호가 헷갈릴텐데요... 눌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왼쪽 횡단보도쪽은 남자목소리가, 오른쪽 횡단보도쪽은 여자목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했답니다. (버튼은 서로 반대쪽이에요 ^^ 즉, 오른쪽에 있는 버튼이 왼쪽 횡단보도를 담당하는 남자 목소리.. ^^ 헷갈리시죠? ^^)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아무런 장치가 없는 신호등이 더 많은데다가, 이런 무선 장치도 그리 많지는 않아요. 그나마 고장도 잦다고 하더라구요. 규격품이 아닌 것을 달아 놓기도 하구요.



▲ 이렇게 넓은 곳의 횡단보도에도 아무런 장치가 없는게 현실입니다




자,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게요.

시각 장애인용 신호기 버튼은 결코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유심히 보셨다면 이런 표지판도 보셨을거에요




"음향신호기의 안내 메시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죠.


이 안내 메시지는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랍니다.



가끔 건너편 신호등이 잘 안보일 때가 많죠?


큰 짐을 실은 차가 건너편을 가리기도 하고, 건너편 신호등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 때도 있어요. 햇빛이 센 여름날에는 건너편 신호등이 켜졌는지도 확인되지도 않아요.


어린이는 키가 작아서 잘 안보이고, 어르신은 눈이 침침하셔서 잘 안보이시죠.



자, 그럴땐 기둥에 붙어 있는 이 버튼을 눌러보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라는 친절한 안내말이 나올거에요. 신호가 바뀌면 건너가라는 말과 함께 음악도 들려줄거에요.



옆에 어린이가 있다면, 이 버튼을 누르게 해주세요. 정말 재밌어 할거에요. 그리고 "건너가도 좋습니다"란 소리가 나오면 손을 번쩍 들고 건너갈걸요.




 

“저를 항상 누르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굳이 주변에 시각 장애인이 있나 없나를 고민하지 말고 누르세요.


시각 장애인은 물론이고, 다른 분들이 아주 고마워할지도 몰라요.


물론, 시끄럽다고 싫어하시는 상인분들이 다시 민원을 넣어서, 아예 이 장치를 철거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거꾸로 말씀드릴게요.



만약, 눌렀는데 소리가 안나면, 민원을 넣으세요.

있어야 할 곳에 없으면, 민원을 넣으세요.


국번없이 110번 또는 인터넷 www.epeople.go.kr 에 접속하셔서 <경찰청>에 민원을 넣으세요.




조금만 둘러보면, 저는 곳곳에 있답니다.


이제, 자주 지나가는 신호등의 기둥을 살펴보세요.


그리고, 즐겁게 눌러주세요.

 

저는, 또 하나의 신호등, 음성 안내기랍니다.


장애인이 편해지면, 비장애인은 더 편해집니다..가 아니구요.


그냥 "우리모두 편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구요.



글 읽기 귀찮으시면.. 그냥 아래 동영상만이라도 봐주세요. ^^




시간되시면... 제 친구 → [점자 블럭에 관한 짧은 사진 이야기 도 읽어주세요~ ^^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4.24
www.hangulo.kr
http://blog.daum.net/wwwhangulo

* 이 글은 출처를 밝히는 한 마음대로 복사하셔도 됩니다.





글쓴이 : 한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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