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이 벼룩시장을 금지한다?
선관위의 애매한 해석 때문에 토요벼룩시장이 금지되다
사랑의 김장 담그기도 제한받아...선거법 개정 시급하다


선거법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인터넷 논객만이 아니다

서초구청 앞에 걸린 이 현수막이 상당히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찾아보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했다. 서초구청의 "토요벼룩시장"은 제법 유명한 행사다. 서초구청 앞 공터에서 토요일 하루동안 누구나 자신의 물품을 팔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집에서 가지고 온 것도 있긴 하지만, 전문 판매상들도 제법 많이 와서 자리를 잡는다.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으로 기억한다. (몇 번 가보지 않아서.. ^^)

어쨌든, 이런 벼룩시장하고 선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길래? 저번 총선때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기사 하나가 나왔다.


선거법에 금지된 것 -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알쏭달쏭 선거법에 전국지자체 혼란 [한국일보] 2007.11.8
http://news.media.daum.net/society/others/200711/08/hankooki/v18783971.html

(일부 발췌)

충북 청주시는 10여년 전부터 열어 온 ‘시민합동결혼식’을 처음으로 12월 말로 연기했다. 시 관계자는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을 못 올린 시민을 돕는 일이라고 했지만 선관위는 안 된다고 했다”며“2002년 대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엔 안 된다고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은 11월1일 열려던 ‘제15회 이서면민의 날’을 취소했다. 면 관계자는 “선관위 관계자가 ‘면민의 날’은 안되지만 ‘면민 체육대회’는 가능하다고 했다”며 “내용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꾸면 가능하다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 전북도는 ‘도민의 날’ 행사를 ‘도민체육행사의 날’로 이름만 바꿔 행사를 열었다.

(중략)

선관위의 오락가락 해석 때문에 지자체와 주민간 큰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는 매주 토요일 양재동 서초구청 주변에서 열린 ‘서초 토요벼룩시장’을 10월20일부터 폐장했다. 구청 측은 “구 선관위가 구청이 질서 유지를 맡는 등 사실상 행사를 주최하기 때문에 열어선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상인들은 “지금까지 선거 때문에 문을 닫은 적은 없었다”며 “구 선관위에 물었더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반발했다. 실제 선관위 관계자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열고 구청은 장소 제공과 질서유지를 할 경우에는 선거법 때문에 폐장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금전적인 지원은 안 된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오락가락 해석하는 사이 벼룩시장 상인들과 구청 측은 시장 개장을 놓고 서로가 옳다며 몸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중략)

한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법조항이 추상적이다 보니 같은 행사라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기도 한다”며 “구체적 사례를 모아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어 지자체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참. 선거법이 정말 허술한 것은, "사전선거운동 조항"과 "선관위의 UCC규제 방침"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심해도 보통 심한게 아니다.

대체 어느 법조항 때문일까? 법을 한 번 찾아보자.


공직선거법
[(타)일부개정 2007.5.11 법률 제8423호] [전문보기]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②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일전 60일(선거일전 60일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 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신설 1995.12.30, 1997.11.14, 1998.4.30, 2000.2.16, 2002.3.7, 2004.3.12>

4. 다음 각목의 1을 제외하고는 교양강좌, 사업설명회, 공청회, 직능단체모임, 체육대회, 경로행사, 민원상담 기타 각종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위

가. 법령에 의하여 개최하거나 후원하도록 규정된 행사를 개최·후원하는 행위
나. 특정일·특정시기에 개최하지 아니하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행사
다. 천재·지변 기타 재해의 구호·복구를 위한 행위
라. 직업보도교육 또는 유상으로 실시하는 교양강좌를 개최·후원하는 행위 또는 주민자치센터가 개최하는 교양강좌를 후원하는 행위. 다만, 종전의 범위를 넘는 새로운 강좌를 개설하거나 수강생을 증원하거나 장소를 이전하여 실시하는 주민자치센터의 교양강좌를 후원하는 행위를 제외한다.
마. 집단민원 또는 긴급한 민원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
바. 가목 내지 마목에 준하는 행위로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행위


그러니까, 지방자치의 장은 어느 모임이든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물론, 몇개는 제외시켜 주었지만..)

이 항목은 아무래도 "지방자치 단체의 장"이 행사를 열어서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목은 10년도 더 된 항목이다.(적어도 2000년도 까지는 그 항목을 검색할 수 있었다. 그 이전은 국회 시스템에서 제공은 하지 않지만, 1995년부터 생긴 항목이므로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한마디로 "관권선거"를 막기위한 장치같은데, 이 항목을 너무 확대해석한 나머지, 의례적으로 하던 자선사업이나 여러가지 행사들을 모조리 막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서초구청은 화가 났는지, 아래와 같이 과격하게.. 공지사항을 하나 내놓았다. 폐장의 이유도 자세히 없었다.

[원본링크]

서초토요벼룩시장 폐장 안내


■ 서초토요벼룩시장은 2008년 4월 9일까지 폐장합니다.

■ 2008년 4월 9일 이후 개장 여부는 추후 검토 후 안내 하여

    드리겠습니다.


2007. 10. 5

서초구청 여성가족과장


화끈하게, 그냥 폐지해 버린 것이다. 내년 총선까지 생각한 것인것 같다.

서초구청 여성가족과에 문의했더니, 총선이 걸려있어서 아예 총선후까지 연기한 것이고, 열것이라고는 했지만, 6개월 이상 안하게 되면...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가질 수 있을런지 궁금했다.

또한, 이 사안에 대해서 선관위에 전화로 문의를 해보았다. 선관위에서는 역시 선거법 86조를 이야기하면서 "지방 자치단체장의 관권선거를 막기 위한 조항"에 의해서이며, 서초구의 경우는 벼룩시장을 서초구 공무원이 운영했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방법이 있다면, 민간 자치 단체에 그 운영권을 넘겨주면 가능하다고 한다. 옛날 독재시절에 하두 관권선거를 하니, 이런것을 막기위해서 '지방자체단체장'의 선심성 행사를 막기위해서 만든 법률이라는 소리인데, 앞으로도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지방 자치단체장의 관권선거는 막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벼룩시장까지 막는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적어도 법률에서 '공익성을 띄는 벼룩시장 등'은 제외시켜 주도록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뒷이야기지만, 서초구청의 벼룩시장이 막히고 나서 상인들과의 충돌도 일어났다. [참고기사, 동영상] 이에 대해서, 벼룩시장이 아니라 전국 상인들의 장사터로 변질되었다는 비난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 촌에서도 야시장 등을 열듯이, 그런 개념으로 '볼거리'가 되었던 것이 사실인데, 무조건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것을 공무원이 엄정히 관리하는 것이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돈을 받아 챙기는 것도 아니고, 아침에 선착순으로 가서 누구나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니까. 서초구 구민들에게 더 우선권을 준다든지, 상인들의 구역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그냥 선거법 위반이라서 무조건 닫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의 김장 담그기도 불가능

이와 비슷한 조항에 의해서 86조 1항에 의해서 "선거기간중"에는 공무원들이나 각종 관변단체들의 활동도 제한하는데, 이에 의해서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는 11월 27일부터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금지된다. 안그래도 올해는 배추가 비싸서 힘들었는데, 선거덕분에 더더욱 힘들어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선거법.배추값 영향 김장 담그기 행사 '삐걱' [연합뉴스] 2007.11.13
http://news.media.daum.net/society/region/200711/13/yonhap/v18832627.html
(일부 발췌)
그러나 오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선거법상 이달 27일부터 김장 담그기 행사가 금지되기 때문에 올해는 이 같은 대규모 이벤트를 마련할 수 없는 처지다.

선거운동 하루전 '사랑의 김장ㆍ연탄' 봇물 [연합뉴스] 2007.11.26
http://news.media.daum.net/society/region/200711/26/yonhap/v18997549.html
(일부 발췌)
대통령 선거운동 개시 하루를 앞둔 26일 지역 곳곳에서 사랑의 김장 담그기와 연탄 배달이 줄을 이었다.
(중략)
의성군 선관위 관계자는 "다음달 19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선거법상 이달 27일부터 새마을지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자유총연맹, 주민자치위원회 등은 어떤 모임도 가질 수 없다"라며 "그런 탓에 이날 하루동안 이들 모임이 각종 이웃돕기 행사를 서두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두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과거 10년전 (무슨당은 이런것을 잃어버렸다고 하나보다..)에 조금이나마 관권 선거를 막고자 만든 조항들이다. 솔직히, 지금은 조금 완화해도 될만큼 많은 것이 민주화되었다. (김장 담궈주었다고 표를 주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벼룩시장에 자리를 내주었다고.. 혹은 벼룩시장에서 좋은 물건 사게 해주었다고 고마워서 어느 후보를 찍나?) 그런데, 법조항이 이러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선거법의 해석에 문제는 없나?

솔직히, 선거법이란 것이 무한한 해석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맡기는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위의 기사에서처럼 선관위 자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일이 많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여태까지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 문제삼는 것도 이상하다. 하긴, UCC관련 규제도 지난 대선이나 총선과 비교한다면 엄청나게 강화된 것이니...

[관련기사] 대선 UCC 단속, 20배 증가 - 선거법은 변함 없는데... [한글로]

한마디로, 선관위가 갑자기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벌어진 헤프닝인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면민의 날"은 안되고 "면민 체육대회"는 된다니.. 같은 행사를 이름만 바꿔서 하는 것인데, 그 전에는 위법이었다가 그 후에는 합법이다? 또한 구청 마당을 빌려주는데, 민간 단체에 위탁하면 괜찮고 공무원이 직접 질서유지나 운영을 하면 안된다는 것도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공무원들이 그 틈을 타서 선거운동 하나?)

이것도 법을 잘못만든 국회의원이나 정치권 탓을 할지 궁금하다.

선관위는 적어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법을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대체 자기 물건 가져다 파는 벼룩시장이 대선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그렇게 막는지 모르겠다. 하긴, 법조항이 그렇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 법조항은 바뀐적이 없는데, 왜 이번선거에서 문제를 삼는지도 궁금하다.

애매한 선거법 덕분에, 재밌는 구경거리이자 판매상들의 판로가 하나 막혔다. 대체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할지...

선거법 개정을 상당히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체 그때마다 다른 "떡고물"들만 손을 본 모양이다. 이렇게 어이없는 법률 조항을 손보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해할 수 없는 규제가 더해질 것 같다. 그나저나, 게시판에 글 몇개 쓴 이유로 경찰조사 받고 계신 분들.. 제발 아무 일 없이 끝났으면 한다. 제발, 국회의원님들 싸우지 말고 선거법 좀 손 좀 보세요!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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